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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3성 - 러시아 극동 가다] 중국, 유럽행 신루트 시베리아도 점령 중

중앙일보 2012.09.12 02:05 종합 1면 지면보기


동부 시베리아의 중앙에 위치한 야쿠츠크로 가는 길은 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사흘 타고 아무르 자치주의 스코보로디노로 먼저 이동한다. 여기서 북행 열차로 갈아탄 뒤 토모트까지 북상해 다시 승용차로 옮겨 800㎞를 올라간다. 요즘 이곳이 중국인들로 넘쳐 난다. 거리엔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중국 동북3성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물류 신루트의 거점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는 중심지다.

북극 항로보다 훨씬 짧아

공단 짓고 돈 쏟아부으며

시베리아 자원 장악 나서



 세계 각국이 북극 항로 개척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이보다 훨씬 짧은 ‘시베리아 종단 루트’가 중국 주도로 개발되고 있다. 중국 동북3성 북단~아무르강~시베리아 중부 내륙~레나강~북극해로 이어지는 남북 종단 물류 신루트다. ▷그래픽 참조



신루트는 지구온난화로 열린 북극 항로보다 훨씬 짧아 완성되면 동북아 물류에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떠오르는 북극해 항로는 부산~유럽을 기준으로 기존 노선을 약 40%나 단축한다. 그런데 종단 신루트는 이를 혁신적으로 단축시킨다.



 시베리아 종단 신루트는 동방정책을 추진 중인 러시아와 동북3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한데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두 나라는 이미 접경지역에 4대 물류 클러스터 구축했다. 이는 양국이 2009년 체결한 ‘2009~2018년 극동·시베리아와 동북3성의 연계 발전 계획’의 실천이다.



 4대 클러스터는 서쪽으로부터 ①자바이칼-만저우리 ②블라고베센스크-헤이허 ③니즈니 레닌스코에-툰장 ④블라디보스토크-훈춘 등이다. 이들 클러스터는 현대화된 통관 설비와 신설된 도로·철도 등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를 중국 동북3성의 경제권으로 묶을 수 있다. 중국은 공업단지도 적극 조성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50만㎡의 ‘중국경제무역합작구’에는 중국 상무부가 20억 위안(약 35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은 ‘시베리아 물류 혁명’의 최대 수혜자다. 러시아의 유력 신문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바이헤르 콘스탄틴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은 “중국이 시베리아를 동-서-북으로 연결하는 물류망을 통해 시베리아의 자원 및 경제를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이 지역 진출은 한마디로 지지부진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러시아 외교관들로부터 ‘한국이 대중국 투자의 10%만 극동·시베리아에 투자해도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들은 ‘한국의 시베리아 진출 기회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 특별취재팀= 안성규 CIS순회특파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심상형 POSRI 수석연구원, 김형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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