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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부자 만난 이건희, 장남 이재용과 함께…

중앙일보 2012.09.12 02:01 종합 2면 지면보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11일 홍콩 청콩센터 영빈관에서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두 회장은 오찬을 겸한 회동에서 LTE망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삼성]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리카싱(李嘉誠·84) 청콩(長江)그룹 회장을 만났다. 홍콩 금융 중심지 퀸스로드센트럴에 있는 청콩센터 내 영빈관에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장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휴대전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 구축,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 부문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최고 기업과 중화권 최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두 경영진이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해석했다.

홍콩서 처음 만나 … 재계 “후계까지 협력 지속하자는 의미”



 이날 만남에는 양측 회장의 장남도 참석했다. 두 그룹에서 주요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용(44) 삼성전자 사장과 빅터 리(李澤鉅·48) 그룹 부회장이다. 빅터 리는 청콩그룹 주력 기업인 부동산 투자회사 청콩실업의 지분 40%, 캐나다에 상장된 석유회사 허스키 에너지의 지분 35.5%를 소유하고 있는 리 회장의 후계자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에 이르기까지 두 그룹이 주요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두 그룹의 핵심 경영자인 최지성(61)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케닝 폭(60) 그룹 사장도 배석해 그 의미는 더욱 커졌다.



 삼성 관계자는 “양측 회장 간 신뢰 관계와 두 회사 강점의 조화란 측면에서 뜻깊은 만남이다. 예컨대 우리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강하고 저쪽은 인프라 운용에 강점이 있다. 두 그룹 회장이 서로 협력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 회장은 삼성물산이 지난 7월 홍콩에서 지하철 공사를 수주한 것을 언급하며 항만·발전을 주력으로 하는 청콩과 해상 플랜트와 건설,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가진 삼성이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제의했다. 두 회장은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하고 이를 타개할 방안과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두 그룹 간 협력 관계 형성에는 이재용 사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청콩그룹 산하 허치슨왐포아의 자회사인 H3G가 실시 중인 영국 LTE 통신망 구축사업에 삼성이 기지국을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됐는데, 이때 이 사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이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유럽 LTE 네트워크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LTE 특허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리카싱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부호 중 9위다. 추정 재산이 약 255억 달러(약 30조원)로 아시아 1위 부자다. 홍콩에서는 ‘1달러를 쓰면 5센트가 리카싱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순위에서 이건희 회장은 83억 달러(약 9조3000억원)로 106위에 올랐다.



 리 회장은 ‘자수성가의 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버지를 여읜 15세 때 가장이 된 뒤 플라스틱 외판원으로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5년 만에 다니던 회사의 지배인이 됐다. 22세 때는 돈을 빌려 플라스틱 제조회사 청콩을 차렸다. 29세 때 이탈리아 플라스틱 조화 공장에 ‘위장 취업’해 제조 공정을 파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부동산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번 뒤 건설업에 진출했다. 44세가 되던 해 영국계 홍콩 대기업이던 허치슨 왐포아를 사들이며 대기업 오너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허치슨 왐포아 인수는 영국 식민지하에서 영국계 자본의 대기업을 화교기업이 사들인 첫 번째 사례다.



 그의 신조는 ‘진실하게 대하고 믿음으로 일한다’. 즉 성실과 신용이다. 그는 평소 “성공한 상인과 그렇지 못한 상인의 차이점이 있다. 성공한 상인은 어제보다 지혜롭고, 어제보다 너그러우며, 어제보다 삶을 잘 알고, 어제보다 잘 베풀며, 어제보다 여유롭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태희 기자



◆ 청콩(長江) 그룹

- 주력기업 : 청콩실업(부동산), 허치슨 왐포아(항만기업), 홍콩전등(전력회사), 왓슨(약품·화장품) 등

-종업원 : 400여 개 계열사 53개국 27만 명

- 상장된 8개 기업 시가총액(1월 말 기준) : 8070억 홍콩달러(약 116조원) 자료 : 청콩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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