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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발언 후폭풍 … 박근혜 “2007년 무죄 판결 존중”

중앙일보 2012.09.12 01:41 종합 8면 지면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5주년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인혁당 관련 메모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과거사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특히 1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신체제 시절의 인혁당 사건에 대해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두 가지 판결” 전날 언급에 비판 쏟아지자 한발 물러서



 그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 부분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을 한 번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판결’이란 유신 시절인 1975년 대법원(대법원장 민복기)이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2007년 서울중앙지법이 재심에서 사형이 집행된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말한다. 박 후보의 발언은 두 판결을 대등하게 인정하는 것처럼 해석됐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즉각 들고 일어났다. 이해찬 대표는 11일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된 75년 대법원의 사형 판결은 그 자체가 파기돼 법적으로 무효가 된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둘이 아니라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을 꿈꾸는 박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법정에서 단죄 받은 유신의 악행을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유인태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고 여정남씨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당시 8명의 사형수는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가족 면회도 하지 못한 채 형장으로 끌려갔다. 유 의원은 “박 후보가 하는 짓을 보면 ‘위안부의 강제동원 흔적이 없다’ ‘고노 담화를 취소하겠다’는 작자들보다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두 개의 판결’ 발언에 대해 “그 조직(인혁당)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가 지칭한 ‘여러 증언’은 박범진 전 의원이 2010년 발간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는 책에서 “(60년대 초) 나 자신이 인혁당에 입당해 활동했다. 인혁당은 조작이 아니었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의원은 70년대 2차 인혁당 사건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후보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박 후보는 이날 오후 “2007년 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후보가 과거사 문제에서 자꾸 경직된 자세를 보이면 국민대통합 행보가 빛이 바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



중앙정보부가 64년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가변란을 기도한 대규모 지하조직인 인혁당을 적발해 관련자 41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한 게 1차 인혁당 사건이다. 중앙정보부는 74년 유신 반대 시위를 벌였던 민청학련을 수사하면서 배후조직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해 관련자 23명을 구속·기소했는데, 이를 2차 인혁당 사건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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