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25 전사자들 누운 곳, 주민들 쉼터 된다

중앙일보 2012.09.12 00:30 종합 22면 지면보기
왼쪽 사진은 2009년 광교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수습하는 모습. 경기도는 지난해 이곳에 벤치 등을 설치, 등산객이 쉴 수 있는 평화의 쉼터(오른쪽)를 조성했다. [사진 수원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 광교산의 반딧불이 화장실 옆 등산로.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크고 작은 돌을 쌓아 만든 돌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는 ‘유해발굴 지역(5호). 이곳은 국군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한 장소입니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6·25전쟁 당시 북한·중공군과 싸우다 숨진 국군 장병을 기리는 돌무덤이다. 시민 김지원(47·여·수원시 장안구)씨는 “등산코스로만 생각했던 광교산이 6·25 때는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유해발굴지에 ‘평화의 쉼터’



 광교산은 1951년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선더볼트 작전이 펼쳐졌던 곳이다. 1·4후퇴 이후 서울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한강 이남에서 펼쳐졌던 기습작전이었다. 당시 국군 1사단과 미군 25사단, 터키 1개 대대 등은 칠보산-광교산-관악산 루트로 진격하며 중공군 150사단 448연대와 혈전을 벌였다. 격렬한 전투 끝에 산화한 일부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은 그대로 산야에 남겨졌다. 이들의 유해는 58년이 지난 2009년 7월 육군 제51보병사단이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벌이면서 뒤늦게 수습됐다. 당시 국군 전사자 유해 5구와 사진·수첩 등 유품 111점이 발굴돼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수원시는 지난해 4월 이곳에 ‘평화의 쉼터’를 만들었다. 경기도로부터 1875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진달래, 수호초 등을 심고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벤치를 설치했다. 전투 경과와 유해·유품 발굴 현황을 설명한 안내표지판 등도 세웠다. 이처럼 경기도 곳곳에 조성된 ‘평화의 쉼터’가 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산행과 함께 호국영령들에 대한 역사도 함께 접할 수 있어서다.





 경기도는 국방부와 함께 2000년부터 6·25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을 발굴해 왔다. 지금까지 도내 24개 지역에서 1128구의 국군 전사자의 시신을 발굴·수습했다. 전국에서 발굴된 유해(6700여 구)의 17%에 이른 다. 경기도는 이들 발굴지역에 지난해부터 평화의 쉼터를 만드는 사업에 착수했다.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다. 유해 발굴지 중에서도 등산로 등이 있어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주 대상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억5000만원을 들여 수원시와 안양시·의왕시 등 8곳에 평화의 쉼터를 만들었다. 올해는 1억6000만원을 투입해 이천·광주·파주 등 8곳에 쉼터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이들 유해발굴지를 단순한 쉼터를 넘어 스토리텔링이 내포된 작은 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김대경 경기도 군관협력팀장은 “내년에도 5곳에 평화의 쉼터를 조성할 것”이라며 “산행에 나선 시민들이 호국보훈의 역사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모란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