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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도 푹 빠졌다 … 90년대 노래 신드롬

중앙일보 2012.09.12 00:29 종합 25면 지면보기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서인국(왼쪽)과 정은지가 드라마에 삽입된 ‘우리 사랑 이대로’를 부르고 있다. 90년대 후반 히트곡을 리메이크했다. [사진 CJ E&M]


12일 컴백하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는 중독성 강한 1990년대 감성의 댄스곡 ‘와우’를 타이틀곡으로 택했다. 90년대 국내외를 휩쓸었던 뉴잭스윙(고고 계열의 튀는 리듬 패턴을 접목시킨 음악) 스타일이다. 당시 국내에선 듀스·언타이틀·유승준 등이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가요계 ‘포스트 세시봉’ 열풍



 같은 날 신곡 ‘립스틱’으로 컴백하는 애프터스쿨의 유닛(조별 활동) 오렌지캬라멜 역시 90년대 복고 컨셉트를 택했다. 고소영 앞머리, 눈가에 붙이는 스티커 등이다.



 ‘세시봉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90년대 음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시작된 90년대 향수가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로 증폭되더니 마침내 가요계까지 접수한 모양새다. 특히 아이돌 및 신인 가수들이 이 같은 트렌드에 재빠르게 동승하고 있다.



 비투비가 소속된 큐브 엔터테인먼트 안효진 팀장은 “요즘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다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어 90년대 사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패션도 ‘90년대 캠퍼스룩’에 맞춰 허리에 두른 체크무늬셔츠, 힙색, 고글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올 포 유’ 원곡을 부른 그룹 쿨. [중앙포토]
 ◆응답하라, 90년대=90년대 노래 리메이크가 잇따르고, 90년대 스타들이 집결한 기획 무대도 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 히트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故) 서지원의 ‘아이 미스 유’,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리아의 ‘눈물’ 등이 방송 뒤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는 ‘응답하라 1997 드라마 삽입곡’ 영상 모음까지 떠돌 정도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서인국·정은지는 아예 90년대 인기그룹 쿨의 ‘올 포 유’, 영화 ‘연풍연가’(감독 박대영·1999)의 OST 수록곡 ‘우리 사랑 이대로’를 리메이크해 불렀다. 이들이 다시 부른 ‘올 포 유’는 현재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연인을 향한 절절한 감정을 노래한 이 곡은 원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처음 듣는 이들에게도 신선함을 준다. ‘우리 사랑 이대로’도 5위권 안팎에 들어있다.



 최근 서울 올림픽홀에선 김종국·DJ DOC·쿨·R.ef 등이 총출동한 공연 ‘청춘나이트 콘서트’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문화시장의 세대교체=가요계 복고 바람은 올해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퍼진 ‘90년대 재조명 붐’과 맞물려 있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90년대를 테마로 한 문화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됐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성장기에 영향을 줬던 것들을 절대 잊을 수 없다”며 “추억의 되새김질인 복고에서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당시 돈을 타 쓰며 눈치 보던 세대는 이제 콘서트 티켓, CD를 당당히 구매하는 핵심 문화 소비자가 됐다.



 가요계가 90년대에 크게 성장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90년대는 댄스, 발라드는 물론 인디·힙합·전자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사랑 받으며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가요계 황금기였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서태지와 아이들·김동률·이적·자우림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뮤지션이 쏟아져 나온 것이 90년대”라며 “콘텐트의 질이 좋기 때문에 현재까지 왕성하게 소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규씨는 “앞으로 이런 열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90년대 콘텐트를 얼마나 맛깔 나게 재조합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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