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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5에 대한 박영훈과의 대화

중앙일보 2012.09.12 00:04 종합 34면 지면보기
제3보(26~35)=구리 9단의 넓이뛰기에 원성진 9단이 ‘즉결처분’에 나섰고 그것이 31에서 마무리됐다. 끊기는 끊었으나 속수를 동원한 측면이 있어 귀추가 주목됐는데 일단 잡으니까 크다는 평이 나온다.


[결승 3국] ○·구리 9단 ●·원성진 9단

 여기서 백이 오른쪽을 움직이기 전에 ‘참고도’ 백1로 하변부터 벌리지 않은 이유가 드러난다. 실전은 32로 바짝 다가설 수 있는데 이게 A에 있다면 백이 크게 불만일 것이다.



 백은 드디어 34로 미완의 곳을 이었고 이제 눈이 좌상을 향할 찰나 원성진 9단이 35로 움직였다. 이 판의 운명을 결정지은 한 수다. 원성진은 단 3분 만에 이 수를 결심했다.



 35에 대해 박영훈 9단에게 물어봤다.



 - 바로 움직인 35에서 원성진 9단의 강렬한 승부호흡이 느껴진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고 이 수가 실패하면서 그대로 밀릴 뻔했다. 꼭 움직여야만 했나.



 “마땅히 둘 곳이 없다. 움직이는 것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른 프로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 우하 두 점 잡은 건 어땠나.



 “실리가 제법 크다. 흑이 나쁠 리 없다.”



 - 그렇다면 전투 대신 좀 천천히 둘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바람에 바둑이 상당히 위험해졌다.



 “움직인 수는 좋았는데 그 후의 수순이 이상했을 뿐이다. 이 수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승전에 임하면 승부호흡이 묘하게 격해진다. 느슨하게 두는 것은 절대적인 금물로 생각한다. 이런 자세는 상대도 마찬가지다. 해서 도전에는 더욱 강한 응전이 있을 뿐이다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세상사란 묘해서 결승전일수록 한 발 물러나 생각하는 게 효과적일 때가 많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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