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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경제용어] 특허 괴물

중앙일보 2012.09.12 00:01 경제 10면 지면보기
‘특허 전쟁’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얼마 전 애플과 삼성이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데 대해 미국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주면서 많이 언급된 단어죠. 특허가 경쟁 기업을 견제하고 경쟁 기업의 이익을 빼앗아오는 데 활용되면서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특허로 제품은 안 만들고 사용료만 챙기는 회사

 그럼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는 말은 들어봤나요. 제품을 만들거나 팔지는 않고 특허를 확보한 뒤 특허 사용료를 받거나 특허를 침해한 업체로부터 소송합의금 또는 보상금을 챙기는 회사를 말합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특허가 핵심 기술인 경우 챙기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다른 말로 특허 해적, 특허 사냥꾼이라고도 불리지요.



 처음으로 특허 괴물이라고 불린 회사는 ‘테크서치’라는 미국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1998년 인터내셔널 메타시스템스(IMS)라는 생산업체로부터 명령어를 축약하는 기술 특허권을 사들였는데요. 그 직후 반도체 회사 인텔에 “펜티엄 칩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IMS로부터 고작 5만 달러(5600여만원)에 특허를 사들인 테크서치는 인텔에 1만 배에 달하는 5억 달러(5600여억원)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고 해요. 이때 인텔의 사내 변호사였던 피터 데킨이 테크서치를 “특허 괴물”이라고 비난했다고 하네요. 3년간의 재판 끝에 미국 법원은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블랙베리 폰을 만드는 캐나다의 RIM사도 특허 괴물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미국의 대표 특허 괴물로 꼽히는 특허지주회사인 NTP로부터예요. NTP는 2003년 RIM에 “무선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고, RIM은 소송에 져 “미국 시장에선 블랙베리를 팔 수 없다”는 판매금지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RIM은 제품을 팔기 위해 NTP에 6억1250만 달러(약 6900억원)의 합의금을 건넸다고 해요.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 특허전문 조사기관 페이턴트프리덤(PatentFreedom)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특허권 관리회사로부터 당한 소송 건수는 42건(세계 3위)에 이릅니다. LG전자도 28건의 소송을 당해 세계에서 9번째로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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