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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서민금융이 뭔가요

중앙일보 2012.09.12 00: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Q요즘 서민금융을 늘린다, 서민금융이 많이 연체돼 문제다,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맥락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서민금융인 것 같아요. 서민금융으로 어떻게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실제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요.

수입·재산 적어 돈 빌리기 힘든 사람들에게

낮은 이자로 생활비·사업자금 대출해주는 거예요



A요즘 경기가 어렵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가진 게 적은 사람이 더 괴로움을 겪는답니다. 부자에 비해 쌓아놓은 재산이 적기 때문에 수입이 줄면 당장 하루하루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서민(庶民)은 사전적으로는 ‘일반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서민금융’이라고 할 때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가리킵니다.



 서민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요. 은행은 돈을 빌려줄 땐 ‘이 사람이 돈을 갚을 수 있을까’를 꼼꼼히 따져보거든요. 은행 입장에선 손님이 맡긴 소중한 예금을 갚을 가능성이 작은 사람에게 쉽게 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수입이 적고 담보로 맡길 만한 재산도 없는 서민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예요. 만약 돈을 빌린다고 해도 높은 이자를 물곤 합니다. 은행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까지 이자에 포함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돈벌이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당장 생활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겠지요. 만약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물건을 떼어올 돈이 없어 장사를 포기할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나라에서 마련한 제도가 서민금융입니다. 정상적인 대출 심사로는 돈을 빌리기가 힘들지만,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을 돕는 차원에서 심사를 완화해 주는 거지요. 대출 이자도 일반 은행에서 매기는 수준보다 훨씬 낮게 해 주고요.



 그럼 심사를 완화해서 더 많은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좋지만, 만약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은행은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면서도 그런 고민이 크겠죠. 그래서 정부는 은행에 ‘보증’이라는 것을 서 줍니다. 만약 서민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정부가 미리 마련해 놓은 돈으로 빌려간 돈의 85~95% 정도를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거지요. 이렇게 대신 갚아주기 위해 마련한 돈을 ‘서민금융보증재원’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국민 세금과 은행이 낸 기부금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번 정부는 서민금융 정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서민이 급할 때 돈을 빌려 쓸 수 있어야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거지요. 그래서 2010년에 미소금융이나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상품을 많이 내놓았어요.



 지금까지 서민금융의 혜택을 본 사람도 많아요. 자영업자에게 창업·운영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의 경우 올해 6월까지 모두 7만1271명이 6186억원을 빌려갔답니다. 생계자금을 빌려주는 새희망홀씨대출은 올 상반기까지 모두 28만여 명에게 2조5100여억원을 빌려줬고요, 생계자금·사업자금 등을 가리지 않고 빌려주는 햇살론은 23만여 명이 2조1000억원을 지원받았어요.



 어려운 사람이 금융 지원을 많이 받았다니까 참 좋은 일이지만 문제점도 없진 않답니다. 우선 돈을 빌려가 놓고 갚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신협에서 빌릴 수 있는 햇살론 같은 경우엔 요즘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비중(연체율)이 7% 정도라고 해요. 사람이 1만원을 빌렸다면 그중에 700원은 제대로 못 갚고 있다는 뜻이에요. 보통 은행에선 이 연체율이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꽤 높은 수준이지요. 게다가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보증재원으로 은행의 손해를 막아주긴 하지만, 이 재원도 사실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것과 마찬가지니 함부로 써선 안 되겠죠.



 서민금융이 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걸로 서민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점도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서민금융은 보통 대출금액이 500만~500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더라도 경기 침체가 오래 가면 서민은 또다시 돈이 모자라 발을 구르겠죠. 많은 전문가가 “서민금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경기 부양과 일자리”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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