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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무게감 벗어 던진 뮤지컬 ‘쌍화별곡’

중앙일보 2012.09.11 05:33
원효 역의 김다현(왼쪽)과 의상 역의 김호영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극 중 넘버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선보이고 있다.



나쁜 남자 원효와 모범생 의상의 인간적 대립

 ‘쌍화별곡’이라고 조용히 발음해 보면 ‘이 뮤지컬 쉽지만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친다. 이어 등장인물 목록을 찬찬히 훑어봤다. 원효, 의상, 요석공주, 선묘낭자, 진덕여왕, 김춘추 등. 예상에는 점점 더 확신이 실린다. 제작진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하는 듯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달 23일에 열린 제작발표회는 이 뮤지컬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또 얼마나 쉬운 뮤지컬인지를 어필하는 자리였다.



서로 공감 하지만 성향 차이로 갈등하는 두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나쁜 남자’다. ‘원효’ 곁에는 늘 이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승복을 입은 원효의 모습에서는 쉽게 연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뮤지컬 ‘쌍화별곡’은 차별점을 갖는다. 극은 원효의 자유분방함에 집중했다. 종교에 치우침 없이 동네 형 같은 원효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단다. 여왕에게 대들고 요석공주와 잠자리를 갖는 모습에서 천방지축인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또 의상과 요석의 마음엔 각각 질투와 사랑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정작 자신은 바람과 같이 자유로이 떠날 뿐이다. “원효의 성격이 요즘 시대 인기 있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더라”는 이란영 연출은 “모범생 같은 의상 대사의 모습과 대비돼 그의 자유분방함이 더 극대화 되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극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역시 원효와 의상의 대립이다. 이들은 학문적 동반자인 동시에 경쟁자다. 항상 틀 안에 갇혀 정도를 걷고 사는 의상에게, 바람과 같은 원효의 천재성은 자격지심의 근원이 된다. 원효와 의상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 ‘일체유심조’는 의상이 받은 내적 상처를 잘 드러내는 곡이다.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원효가 당나라 행을 포기할 때, 그의 곁에 있던 의상은 노래를 부른다. “나는 떠나 가겠어, 내 마음은 이미 무너졌으니. 다시 만날 때에는 바람처럼 나도 자유롭기를~” 학문적으로 원효와 깊은 공감대를 쌓았음에도 너무 다른 성향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의상의 기를 죽인다. 마치 베토벤 옆에 선 살리에르 처럼. 때문에 제작진은 “그들의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하기란 쉽지 않지만, 반면 누구나 한번 쯤은 가져봤을 법한 감정을 연기하기에 관객이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사 줄이고 음악으로 진행하는 ‘송 쓰루 뮤지컬’

 

 뮤지컬 ‘쌍화별곡’은 대사를 최소화하고 음악으로 극을 진행하는 송 쓰루(Song Through)뮤지컬이다. 시종일관 흐르는 음악은 극의 재미를 돕는다. 장소영 작곡가는 “서양 오케스트라를 기본으로 둔 음악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도입해 현대성을 끌어 올렸다”며 “극의 분위기에 맞게 국악 타악기를 과감하게 사용해 ‘쌍화별곡’ 넘버만의 독창성까지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상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은 “그 많은 노래들이 어떻게 하면 대중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극 중 넘버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사극의 무게를 벗어 던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춤이다. 안무가 출신의 이란영 연출은 극의 안무에도 힘을 실었다. 특히 어린 낭도들이 보이는 화려한 군무는 극의 첫 장면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원효 역의 배우 김다현은 뮤지컬 연습을 하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안무에 투자한 적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본인 역시 극이 무거워 보일 것이란 생각에 “안무로서 극을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지금은 작품에 대한 전혀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고 했다.



 배우 정선아가 “스텝의 이름만 보고 작품의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힐 정도로 뮤지컬 ‘쌍화별곡’의 제작진은 화려하다. 이란영 연출·안무, 장소영 작곡 외에도 ‘파리의 연인’ ‘미녀는 괴로워’의 이희준 작사와 ‘풍월주’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오필영 무대감독, 그리고 ‘잭더리퍼’ ‘라카지’의 한정임 의상 디자이너 등이 함께한다. 배우들 역시 현재 뮤지컬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들이다. ‘라카지’ ‘서편제’ ‘엠. 버터플라이’의 김다현과, 팝페라 가수 박완이 원효 역을 맡았다. 의상 역은 ‘라카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김호영과, ‘모차르트’의 김순택이다. 배우 정선아와 이진희는 1인 2역으로서 요석공주와 선묘낭자를 연기한다.



 극은 오늘(1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광진구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VIP석 11만원,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 인터파크, 클립서비스, 예스24, 옥션에서 예매 가능하다.

▶ 문의=1666-8662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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