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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커플 많이 찾는 ‘엄마, 더 메모리 쇼’

중앙일보 2012.09.11 05:32
‘엄마, 더 메모리 쇼’에서 딸을 연기하는 배해선(왼쪽)과 엄마 역의 민경옥.
 시놉시스 첫 줄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와 노처녀 딸의 코믹한 감동 스토리’라고 쓰여있다. ‘알츠하이머’ 그리고 ‘엄마와 딸’. 눈물, 콧물 쏙 빠질 요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래도 ‘코믹한’이란 말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 러닝타임90분 동안 대개 웃고 가끔 운다. 객석 가득 모녀 커플이 점령한 뮤지컬, ‘엄마, 더메모리 쇼’의 이야기다.


실컷 웃다가 가끔 울다가 엄마와 딸 얘기, 90분도 짧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치매 엄마와 노처녀 딸



 양치질을 하고 이를 헹궜는지를 까먹는 것은 기본이다. 엄마는 가끔 부엌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 누가 자꾸 자신의 물건을 옮겨 놓는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 물론 모두 제 위치에 있는데 말이다. 딸은 그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살던 곳을 정리하고 엄마 집으로 들어왔다. 딸이 엄마를 위해 하는 일은 엄마가 하는 이야기 듣기, 엄마 침대 시트 갈기, 엄마가 하는 이야기 또 듣기, 엄마 밥 해주기, 엄마가 하는 이야기 다시또 듣기다.



 가끔씩 시간을 거스르는 엄마의 기억력에 맞춰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생이 되기도, 13살 꼬마 딸이 돼주기도 한다. 딸에겐 이 모든 게 희생이다. “엄마를 위해 다 포기하고 이곳에 왔다는 걸 알아 줬으면 해”라고 공공연히 선포할 정도다. 그런 딸을 바라보는 엄마는 “언젠가는 비밀을 이야기 해 줄 거야, 그게 희생인 거야”라고 코웃음 칠 뿐이다. 딸은 “그놈의 비밀 타령 그만하라”며 윽박지르고, 이렇게 극의 반 이상이 엄마와 딸의 고성으로 채워진다.



 극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애써 미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사사건건 부딪히고 치열할 정도로 싸워대는 모녀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관계가 좋을 때는 극중에 없다. 서로를 칭찬할 때는 어색한 듯 쑥스럽게, 현실 속 모녀와 같은 모습에 관객은 오히려 몰입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녀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는 감정이 있다. “누가 이기든 누가 지든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기는 우리야. 너무 닮았기에 다가가기 어려운, 너무 닮았기에 마주보기 어려운 엄마와 나~” 이 노래를 하기 위해 뮤지컬 속 모녀가 그렇게도 싸웠나 보다.



 치매에 걸린 엄마의 불안감, 그리고 그녀를 돌보는 딸의 무력감은 ‘엄마, 더 메모리 쇼’의 뮤지컬 넘버 속 어지러운 음표에서 잘 드러난다. 다른 뮤지컬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넘버만 듣다가 이 극의 넘버를 들으면 어딘가 모르게 혼란스러운 느낌이 앞선다. 이는 원작의 작곡가 잭 래들러가 의도한 부분이다. 악보에서 막 나온 음들은 피아노를 통해 이곳 저곳으로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이었다면 풀어내지 못할 모녀의 뒤엉킨 감정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과 만나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뮤지컬 ‘엄마, 더 메모리 쇼’는 오는 11월 25일까지 대학로 엘림홀에서 공연된다. 엄마 역은 민경옥과 진아라가 맡고, 딸 역은 배해선·김미려·최윤정이 연기한다. 가격은 R석 6만원, S석 4만원. 인터파크, 예스24, 옥션에서 예매 할 수 있다.

▶ 문의=070-8650-6217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워터게이트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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