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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중앙일보 2012.09.11 04:00 11면 지면보기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런던 올림픽 기간 동안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TV를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의 한 켠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올림픽 열기보다 뉴스를 접하는 순간 더 덥다.



얼마 전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강남의 한 아파트에 ‘배달사원의 승강기 이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7월 27일 27개 동 입구마다 “아파트에 출입하는 배달사원(신문·우유 등)들은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 배달해 주시기 바라며 개선되지 않을 시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함을 알려드리니 배달 시 유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붙였다.



물론 입주민들이 이런 경고문을 내걸기까지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8억원 이상 호가하는 아파트라고 알고 있다. 배달 사원들은 새벽 3시 전부터 신문을 전하고 신선한 우유를 전하기 위해 일한다. 그들이 한달 내 일하고 얼마를 버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속된 말로 입주민의 외식비나 간식비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배달사원들은 그 정도 대가를 바라고 뛰고 있는 분들이다. 물론 못 배우고 원래 태생이 그러니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픽=정소라]


그러나 같이 좀 살자. 새벽 교회 가시는데 지장이 있어, 아침 출근 길에 지장이 있어, 그렇게 화풀이 비슷하게 하는 것은 가진 분들의 도리가 아니다. 가진 것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승강기 이용을 못하게 하려면 현관에 내려오셔서 우유 받아 가시고 아침 신문 가판대에 가서 사서 보는 게 맞다.



이 아파트에 배달하시는 모든 이들이 뜻을 모아 배달 거부운동이라도 벌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새벽 배달 종사자들 이런 단체 행동 한 번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다. 고용도, 임금도, 보험도 보장이 안 되는 처지다.



나만 잘살고 나만 편하게 살면 된다는 것인지 고가 아파트 입주민에게 묻고 싶다. 나만 생각하고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배려하지 않으면 외면당한 그들이 설 곳이 어디 있겠는가?



새벽 배달 종사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이 곧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 된다. 오늘 내가 외면한 바로 그들이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그 불안 요인 탓에 오늘 내가 지출해야 될 것보다 훨씬 큰 것을 잃게 된다는 간단한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그래픽=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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