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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교수의 조선 리더십 충청도 기행 (18) 국격 높인 훈민정음 창제

중앙일보 2012.09.11 04:00 6면 지면보기
이영관 교수
조선왕조를 빛낸 위인들이 충청도 땅에서 이룬 업적과 그들의 유적들은 리더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위인들의 발자취를 답사하다 보면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리더십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수의 조선 리더십 충청도 기행’은 고불 맹사성, 추사 김정희, 우암 송시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순으로 그들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반대 여론 돌파 위해 은밀히 추진 … 세종실록에도 과정 언급 없어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담겨 있다. 조선 초 평민들과 하층민들은 한자로 된 글을 몰라 양반들과 분쟁이 생기면 일방적으로 당하기 십상이었다. 중국에서 도입된 한자는 조선인들의 발음구조와 달라 사대부들도 공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양반들은 어려운 한자를 배우면서 본래 글이란 이렇듯 어려워서 아무나 쉽게 터득할 수 없는 것이라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핵심 권력층에 있었던 관료들은 세종의 한글 창제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사대주의 의식이 강했던 관료들은 우리의 독창적인 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대륙의 강자인 명나라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춰 질 수도 있기에 심사 숙고해야 한다고 간언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글 창제를 위한 여건은 좋지 못했지만 세종의 생각은 신하들의 생각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조선 후기라면 천주교와 서학이 도입되고 상업이 발전하면서 우리 민족의 주체적인 에너지가 넘쳐났겠지만 유교이념으로 건국된 조선 초기에 이토록 창조적 혁신을 주도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일부 통제된 국가들을 제외하면 개방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삶은 풍요로워졌고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에게 출세의 기회가 보장됨에 따라 각 분야에서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선시대에는 일반 평민이나 하층민들이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자를 공부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지만 과거시험을 볼 수도 없었기에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차단된 사회였다. 배움의 기회도, 기록할 수단도 없어 구전에만 의존해야 했었던 백성들에게 한글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혁신이었다.



서울 청량리에 있는 세종대왕기념관 내 기념탑.
  세종은 명나라와의 외교 마찰과 신하들의 불필요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돌파하기보다 훈민정음 창제를 비공개적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탓인지 『세종실록』에도 한글 창제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세종의 주도면밀함을 보여주는 증거 아닐까?



  훈민정음을 창제함에 있어서 세종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담당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몇몇의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왕권국가였던 당시의 권력 구조를 고려할 때 한글 창제를 주도한 세종의 공로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한자를 읽지 못하는 백성들이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던 세종은 진정으로 애민정신을 실천했던 군주였다. 마침내 훈민정음이 공표되던 날, 세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 희열 속에는 오늘날 일류국가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멋진 모습이 스쳐지나 갔는지도 모른다. 훈민정음이 공표된 후 지금까지 한글의 표현법은 부분적으로는 바뀐 것도 있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것은 한글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반증이며 이를 만든 세종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는지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1397년 태종과 원경왕후 민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22세에 권좌에 올라 한글 창제 등 다방면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휴식이 필요할 때는 아산의 온양행궁을 방문해 피로를 풀곤 했다.



이영관 교수는



1964년 충남 아산 출생. 한양대학교 관광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기업윤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넬대학교 호텔스쿨 교환교수, 국제관광학회 회장, 한국여행작가협회 감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조선의 리더십을 탐하라』 『스펙트럼 리더십』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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