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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 4.5% 대출에 고리대금 악몽 떨쳐 … “이젠 저금 재미 쏠쏠”

중앙일보 2012.09.11 04:00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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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서민들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서 삶의 빛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는 저에게 삶의 희망을 찾아준 구세주와 같은 존재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 우리와 같은 어려운 서민들을 꼭 돕겠습니다.”



사채 빚에 허덕이다 인생의 막장(?)까지 내몰린 사람들이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새 희망을 찾고 있다. 천안시 신당동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는 허옥자(49·가명)씨. 허씨는 요즘 들어 세상 살 맛이 난다. 새벽까지 장사를 하는 고된 일이지만 마음은 행복하기 때문이다. 허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용불량자 인생으로 살아왔다. 어느 금융기관에서도 자신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었다. 허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방문했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출 담당자가 마치 죄인을 바라보듯 사나운 눈빛으로 냉정하게 말하더군요. 귀찮은 말투로 대출을 할 수 없다며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따뜻하게라도 대해줬으면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결국 사금융에 눈을 돌렸다. 창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1000만원을 빌렸다. 신용불량자의 약점을 이용한 대부업체는 이를 놓치지 않고 허씨에게 이자폭탄을 안겼다. 브로커를 통해 대부업체를 소개받은 허씨는 1200만원을 빌려 200만원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선이자와 수수료로 떼줬다. 현재의 법정 최고 이자율보다 10% 이상 높은 49.8%의 이자를 매달 갚았다. 1년 6개월 동안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매달 200만원이 대부업체로 들어갔다. 그는 어떻게든 원리금을 갚기 위해 악착같이 벌었다. 새벽까지 일해도 수중에 남는 돈은 불과 20만원 남짓. 계산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갚을 수 밖에 없었다. 원금의 3배가 넘는 3600만원을 갚고서야 사채의 구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더 이상 대출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그는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찾은 민원인이 센터 관계자(왼쪽)와 상담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어느 날 천안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실낱 같은 기대를 갖고 찾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 기관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놓고 협의하며 안내하는 모습에서 희망이 생겼다. 마침내 미소금융 충남천안지점의 창업임차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4.5%의 저금리로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았다. 식당을 차린 그는 밤낮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인근의 소규모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푸짐하고 다양한 식단으로 식사를 제공했고 많은 업체가 소문을 듣고 허씨의 밥집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출 이후 가게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미소금융 이상문 위원님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추가 융자금도 지원해줘 큰 힘이 됐다”며 “요즘엔 수익이 생기는 만큼 저금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웃었다.



금융권에서 홀대받는 서민들을 위해 마련된 천안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가 삶의 희망을 찾아 주는 ‘서민금융 허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허씨를 비롯해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대출상품을 사용했다 연이율 36%의 이자를 갚아왔던 최미영(34·가명)씨와 연이율 26%의 이자를 부담하던 유정연(31·가명)씨 역시 센터의 도움으로 각각 이율을 11%와 4%로 크게 낮췄다. 3일 현재 이 센터는 630건(전화 342건, 방문 288건)을 상담해 283명에게 25억 8000여 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도와 천안시는 지난 6월 28일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의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해 천안시청 민원실(1층)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금융감독원·자산관리공사·미소금융·신용회복위원회·근로복지공단·소상공인진흥원·NH농협은행·충남경제진흥원·충남신용보증재단 등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고금리 사채피해 접수·상담, 상환기간연장·분할상환·이자율조정·채무감면 등의 신용회복사업, 저신용자 고금리 대출의 저리전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꿔드림론·햇살론·미소금융·부채 관련 증명서 발급, 개인회생·창업·경영개선자금 지원, 소상공인 자금 지원, 저신용자 특례보증 지원,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융자, 희망드림 생활자금 대부 등 금융 및 생활지원에 대한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3곳의 상담창구에서 각 기관에서 파견된 근무자가 상주하며 요일별로 근무하고 있다. 천안시 지역경제과 윤재삼 주무관은 “센터가 문을 연지 3개월이 채 안됐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많은 서민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여러 기관들이 한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일일이 각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한 곳에서 다양한 지원방법을 안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041-521-3343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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