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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 8홀 + 1홀 1박2일 승부 … 신지애 2년 만에 웃다

중앙일보 2012.09.11 01:47 종합 2면 지면보기
신지애가 LPGA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폴라 크리머를 1박2일 연장 9홀 접전 끝에 꺾었다. 신지애가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다. [윌리엄스버그 AFP=연합뉴스]


아담한 체구인 신지애(24·미래에셋)의 그림자를 전봇대보다 길게 만들었던 버지니아의 초가을 햇빛도 나지막한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마지막 홀 그린 주위를 둘러싼 갤러리들은 7홀 연장을 치러 지친 두 선수에게 “한 홀 더!”라고 소리쳤다.

LPGA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연장 9번째 홀서 크리머 꺾어



 당사자인 신지애와 폴라 크리머(26·미국·사진)도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여덟 번째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제 중단하고 내일 아침 다시 시작하자”는 경기위원에게 크리머는 “오늘 끝내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신지애도 “크리머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못할 게 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두 선수는 아홉 번째 연장을 위해 다시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갔으나 공이 잘 보이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결국 어둠만이 신지애와 폴라 크리머의 ‘킹스밀 혈투’를 뜯어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신지애가 현지시간 10일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파 71·6379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연장 9홀 만에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친 신지애는 최종합계 16언더파로 크리머와 연장전에 돌입했고 한국시간 오후 10시에 치러진 연장 아홉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우승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가 13위까지 떨어진 신지애는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너무 고생을 했다. 올해는 손목 수술을 해서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규경기 마지막 홀에 3퍼트로 우승을 놓친 크리머는 아홉 번째 연장에서도 3퍼트로 우승을 내줬다. 신지애는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았다. 신지애는 2011년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 이후 1년10개월 만에 LPGA 정상에 복귀했다. 자신의 LPGA 아홉 번째 우승이자 올 시즌 한국(계) 선수의 여섯 번째 우승이었다.



 LPGA 투어에서 가장 길었던 연장은 1972년 기록된 10홀 연장이었다. 이때는 세 명의 선수가 겨뤘다. 단 두 선수 간의 연장전 중에선 2004년 다케후지 클래식이 가장 길었다. 크리스티 커(미국)가 한국의 전설안(은퇴)에게 7홀 만에 이긴 경기였다.



 신지애와 크리머의 혈투는 최고의 샷만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인간 내면의 불안함과 실수, 또 이를 극복하려는 정신력과 의지를 보여준 명작이었다. 신지애와 크리머는 LPGA의 대표적 스타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은퇴 이후 두 선수가 골프 여제를 다툴 거라고 사람들이 얘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똑같이 2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우승컵을 들어야 한다는 집념이 유달리 강했다.



 하지만 신지애가 마지막에 더 차분했다. 두 선수는 연장 아홉 번째 홀인 16번 홀에서 160야드 남짓을 남기고 나란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했다. 신지애의 샷이 홀에 더 가깝게 붙었다. 신지애는 4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40㎝ 파 퍼트만 남겼다. 반면 크리머의 1.5m 파 퍼트는 홀을 돌아나왔다. 신지애는 파 퍼트를 넣은 뒤 양팔을 활짝 벌려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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