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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대상 성폭행 최고 무기징역 … 친고죄 없앤다

중앙일보 2012.09.11 01:44 종합 3면 지면보기
19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죄를 저지르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술을 마시고 범행을 했다고 해서 형을 깎아줄 여지가 사라지고, 성폭력 범죄 친고죄 조항도 폐지될 전망이다.


여성부·법무부·경찰 처벌 강화 음주범행 형량 낮추는 관행 폐지

“친고죄 없애면 사생활 침해 우려 처벌만 강조, 예방 대책은 소홀”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은 10일 성범죄 처벌과 수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제2의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 등 엽기적인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위가 낮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법을 개정해 19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도 13세 미만처럼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피해자가 13~19세 미만이면 5년 이상 유기징역형을 받는다. 또 강제추행은 1년 이상 징역에서 5년 이상으로 강화한다. 김 장관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술을 마시거나 약물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형을 감경받을 여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여성부는 성범죄자가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도 폐지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할 경우 지금은 2000만원 이하 벌금형만 받지만 앞으로는 징역형(1년 이하)을 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법무부도 이날 “성폭력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친고죄 조항의 전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아동과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적용은 폐지됐지만 성인 대상 범죄는 친고죄 조항(형법 306조 등)이 유지되고 있다. 김기용 경찰청장도 다음 달 말까지를 ‘성폭력 범죄 집중수사’ 기간으로 정해 성폭력 미제 사건에 집중하라고 이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2007~2011년 성범죄 가운데 미검거 사건은 9189건이다. 경찰은 성범죄 수배자 169명을 집중 추적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화되는 정부 대책에도 허점은 있다. 아동 성범죄는 여성부, 성인은 법무부로 이원화된 문제점이 이번 대책에서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19세 미만 대상 강간범죄자의 무기징역형 처벌이다. 현재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 처벌을 강하게 설정해 놓은 이유는 19세 미만 대상 범죄보다 해악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준을 같게 해놓으면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13세 미만 범죄에 대한 형량을 더 높이는 것도 법리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 처벌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가 소홀해질 우려도 있다. 친고죄 조항을 없애면 가해자가 합의를 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친고죄를 없애면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가 어려워질뿐더러 피해자가 원하지도 않는데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인권이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 박상기(형법학) 교수는 “우범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기질적 성범죄자, 포르노를 자주 접한 사람 등 성범죄자 유형이 다양해 대책도 달라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그런 점이 무시됐다”며 “치료가 더 필요한 사람도 있는데 처벌만 강조되고 예방책이 없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형사정책연구원 김유근 부연구위원은 “피해자 연령·방식 등을 구분 않고 모든 성범죄에 대해 경쟁하듯 처벌 수위를 높이다 보면 애꿎은 사람이 피해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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