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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달 단기효과 노린 고육책 … 내년 쓸 돈 당겨 쓰는 셈

중앙일보 2012.09.11 01:31 종합 8면 지면보기
“배가 기우는 것을 막으려고 짐을 반대쪽으로 배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너무 한꺼번에 옮기고 있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신해룡(전 국회예산정책처장) 호서대 교수는 최근 정부 경제정책에 이런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내년에 쓸 돈을 앞당겨 쓰고 있다는 의미다.



 10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2차 재정지원 강화 대책’이 딱 그렇다. 내년 이후에 쓸 4조6000억원을 올해 안에 당겨 쓴다. 6월 말 8조5000억원 수준의 1차 재정대책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내놓은 2차 대책은 1차에 비해 재정 투입 규모는 작지만 세금 대책이 포함돼 있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감도는 크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세액을 인하해 올해 쓸 수 있는 월급쟁이의 가처분소득이 1조5000억원 늘어난다. 어차피 납세자들이 내년 초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금액을 미리 나눠주는 것이어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동차와 가전의 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춘 건 내수를 위해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자동차만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가전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물타기’를 한 셈이다.



 양도세와 취득세를 손댄 것도 비슷하다. 주택 거래는 2006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도세 감면은 미분양 주택에 한정된다. 건설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주택거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워낙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득세 감면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3월 취득세를 줄여주는 내용의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가 지자체 세수 보전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세수 보전 규모를 둘러싸고 재정당국과 지자체가 샅바싸움을 벌였고, 결국 당·정·청 회의에서 재정부가 완패했다. 이런 ‘2011년 트라우마’에도 다시 취득세 감면 카드를 꺼낼 만큼 시장 상황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양도세·취득세 감면과 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 인하는 연말까지 한시적인 조치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세금 감면 조치에 따른 효과는 세금 혜택이 끝나기 직전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MB 정부 마지막인 올 4분기 내수를 떠받치는 효과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금 감면이 내년에도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 “차기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균형 재정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마지막 한 방울의 재정여력까지 투입하고 있다”며 “MB 정부가 균형재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빛나는 졸업장’만 챙기기 위해 결국 차기 정부에 정책 부담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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