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5회 중앙글로벌포럼] 토론 주요 내용

중앙일보 2012.09.11 01:08 종합 16면 지면보기
마틴 패클러(왼쪽 둘째) 뉴욕타임스 도쿄지사장이 중앙글로벌포럼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윤영관 서울대 교수, 마틴 패클러,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브라마 첼라니 인도 정책전략연구소 교수, 도널드 커크 미 CBS 서울 특파원. [박종근 기자]


권력 구조 재편과 영토 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어떻게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것인가.

판젠창 “일본의 과거 부정, 동북아 3국 관계 악영향”

첼라니 “민족주의 탈피 아시아 공동의 정체성 찾아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10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제15회 중앙글로벌포럼(J-Global Forum) 개회사에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과거사와 영토 분쟁의 덫에 걸려 진정한 우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중·일 관계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 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불협화음이 있다고 해서 땀 흘려 이룬 경제·문화 관계가 무너져선 안 된다”며 “건강한 아시아 커뮤니티의 탄생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세계 10개국 100여 명의 언론인·전문가들은 ▶아시아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토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새로운 북한 정권의 등장 이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아시아 중시 전략을 선언한 미국과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갈등이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특히 지금 독도·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남중국해 등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토 분쟁 문제를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 강국인 중국과 일본의 책임 등에 대해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다음은 토론 요지.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국민들이 타국에 반감을 갖든 말든 권력만 쥘 수 있다면 상관 안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지도력이 없는 정치인들에 의한 영토 문제 해결은 어렵다. 국민들은 마냥 화가 나고 진이 빠져 있다. 정치인들이 권력욕을 위해 민족 감정을 부추길 때 진실과 공동번영을 위한 실용적 해결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지식인의 역할이 절실하다.



 ▶아키타 히로유키(秋田浩之)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논설위원=한·일, 한·중 관계를 인간의 몸으로, 영토 분쟁을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로 보자. 바이러스의 완치가 어렵다면 근육을 기르고 몸집을 키워서 바이러스가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화시키는 게 현명하다. 냉전 이후 한·중·일엔 공동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없어졌다. 공통의 이해를 찾아보자.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어떻게 평화롭게 이끌어내고 이로 인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까를 논의하다 보면 영토 분쟁은 잠시 미룰 수 있지 않을까.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태평양 지역이 지금 태평하지 않다. 영토 분쟁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 성숙한 외교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현재 일어나는 현상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정부 간에 약화된 외교력을 되살려야 한다. 양국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외부 중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단 그 외부 중재자가 일관적이고 정직해야 한다.



 ▶비슈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 대사=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고도, 외교 역할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모두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분쟁이 있으면 외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왜 영토 문제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또 과연 경제협력을 위해 정치적 의견 차이를 뒤로 미루는 것이 가능한가.



 ▶판젠창(潘振强)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일본이 잔인한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걱정된다. 정치인이나 학자 등 여럿이 일본의 사과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고 일본의 식민지 대학살을 부인하는 발언이 일본의 관행이 되지 않았나. 이런 부정적 경향이 한·중·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겠나.



 ▶응우옌 하이반 베트남뉴스 편집부국장=중국은 이미 유엔이 베트남·필리핀·브루나이 등으로 영토로 인정한 지역까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까지 공동개발을 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공동 대응할 것이다. 무력 분쟁이 벌어진다면 어업이나 자원 개발로 인한 이익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브라마 첼라니 인도 정책전략연구소 교수=한·중·일 관계를 포함해 아시아는 역사의 짐을 내려놔야 한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의 덫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치와 경제 간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해를 달리하는 국가가 교역을 같이하다 보니 정치적 요인 때문에 다자간 교역이 위협받는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관계까지 복원해야 진정한 양자 간 관계가 된다. 유럽처럼 공동의 정체성, ‘아시아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또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시아 공동체를 구성할 수 없다.



  ▶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북한 문제는 중요한 의제다. 새 정부는 북한에 대해 현 정부보다 실용적이면서 배려하는 정책을 펴길 기대한다. 진보 정권 10년, 보수 정권 5년의 대북 경험을 살려 한국이 북한을 먼저 주도해야 한다.



 ▶도널드 커크 미 CBS 서울특파원=미국이 왜 아시아 지역에서 역할을 해야 할까. 미국의 입장도 진화하고 있고 동맹국들도 바뀌고 있다. 지금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남중국해 등 여러 곳에서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미군의 주둔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동성과 변화를 감지하고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것은 매우 당연하고 논리적인 움직임이다. 동아시아가 다자주의적인 안보체계를 구축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방향이 맞을까, 저 방향이 옳을까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라고 본다.



◆중앙글로벌포럼



주요 국제 이슈를 권위 있는 세계 언론인과 국제 전문가의 시각에서 토론하는 회의. 올해가 열다섯 번째로 중앙일보와 JTBC, 유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1996년 시작한 ‘아시아 프레스 포럼’이 모태다. 2007년 10회를 맞으면서 새롭게 부각되는 글로벌 이슈를 다루기 위해 중앙글로벌포럼으로 확대·개편됐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등에 대한 현장감 있는 논의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특별 강연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