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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사람 잡을 컨테이너차, 알면서 잠금장치 풀고 달린다

중앙일보 2012.09.11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3일 오전 부산 감만동 신선대 부두 앞 도로. 경찰이 컨테이너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화물차량을 단속하고 있었다. 단속이 시작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40피트 대형 컨테이너 화물차가 적발됐다. 화물차 운전자는 “이 차는 내 소유가 아니고 회사 것인데 왜 범칙금을 내야 하느냐”며 단속 경찰관에게 따졌다. 5분 후 단속에 걸린 20피트 차량은 정차할 때도 컨테이너가 위태로워 보였다. 차가 조금이라도 덜컹거리면 고정되지 않은 컨테이너 박스가 트레일러에서 1㎝ 정도 떠올랐다. 부산 남부경찰서 김영태(45) 교통안전계장(경정)은 “보이소. 차에서 뜨는 거. 와, 저러다가 커브길 속도 내다 돌거나 하면 바로 넘어간다 아입니꺼”라고 말했다. 트레일러 3대 중 1대꼴로 잠금장치를 하지 않는다는 게 김 계장의 설명이다. 이날 30여 분 동안 진행된 단속에서 적발된 차량이 14대나 됐다. 부산에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컨테이너 추락 방지 위반 단속 건수는 293건. 올해 같은 기간엔 1379건으로 부쩍 늘었다.


‘도로 위 흉기’ 단속 현장 가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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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금장치가 풀린 채 운행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량은 도로 위의 ‘흉기’로 돌변한다. 컨테이너 박스가 도로에 추락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22일 경북 경산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대구 방향으로 운행 중이던 25t 컨테이너 화물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졌다. 이 컨테이너 박스는 맞은편 도로를 달리던 그랜저 승용차와 충돌했다. 승용차 운전자 박모(43)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관은 “잠금장치만 제대로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9일엔 부산 영주고가도로를 지나던 컨테이너 박스가 추락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지난 5월 경기도 의왕에서도 컨테이너가 추락하는 등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5개월 동안 컨테이너 박스 추락 사고가 5건 일어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기자가 컨테이너 잠금장치를 채워보니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레버를 90도 정도 돌리는 게 다였다. 이처럼 쉽고 간단한데도 많은 화물차량 운전자가 잠금장치를 안 하고 운행한다. 일부 컨테이너 차량 운전자는 일부러 잠금장치를 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안전 불감증’을 넘어 운전자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우선 잠금장치를 할 경우 컨테이너 때문에 차량의 무게중심이 높아져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 차량 전체가 넘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 소유의 차량이 함께 전복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지난 3일 단속에 적발된 한 운전자는 “차가 컨테이너 박스와 같이 넘어가면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며 “대부분 운전자가 차량 할부금에 허덕이는 형편에 수리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거리 단속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나마 잠금장치 위반은 처벌이 가벼워 큰 효과가 없다고 단속 경찰관들은 말한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범칙금 5만원을 내는 게 전부다. 벌점도 없다. 매년 집중 단속과 계도 활동을 하는데도 적발 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통사고 소송 전문 한문철(51) 변호사는 “문이 열리면 출발이 안 되도록 센서를 단 시내버스처럼 일정 무게 이상의 화물차량은 잠금장치를 해야만 시동이 걸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박균성 주무관은 “트레일러에 대한 법이 따로 없어 현재로선 추가규제를 도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한영익 기자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컨테이너 사고 일지



▶ 8월 29일 부산 영주고가도로에서 컨테이너 10m 아래 도로로 추락(사진)



▶ 8월 22일 경북 경산시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컨테이너 추락해 마주 오던 승용차 운전자 사망



▶ 5월 14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사거리 앞에서 무게중심 이기지 못한 컨테이너 추락



▶ 4월 5일 부산 충장고가도로에서 컨테이너 무게중심 이기지 못하고 추락



▶ 4월 3일 부산 광안대교에서 강풍에 컨테이너 2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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