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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54.64㎞ … 한국형 고속철 최고 속도 찍었다

중앙일보 2012.09.11 00:53 종합 20면 지면보기
‘354.64㎞’.


차세대 고속열차 직접 타보니

 9일 0시3분, 차세대 고속열차 HEMU-430X가 경북 경산시 부근의 가야고가를 지나는가 싶더니 객실 출입문에 설치된 모니터에 선명하게 숫자가 찍혔다. 시속 354.64㎞. 2004년 말 KTX-산천의 시험제작열차인 G7이 세운 국내 최고속도 기록(시속 352.4㎞)이 7년8개월 만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열차 객실과 조종석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 관계자들이 “와”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기환 철기연 연구본부장에게 소감을 묻자 상기된 얼굴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답했다.



차세대 고속열차(HEMU-430X)가 9일 28번째 시운전에서 국내 최고 속도인 시속 354.64㎞ 돌파에 성공했다. [연합뉴스][사진크게보기]


 6량짜리 차세대 고속열차는 전날인 8일 오후 11시30분 부산역을 출발했다. 일찍부터 국내 최고속도 도전이 예고된 터라 열차 안팎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기관차 바로 뒤 객차에 올라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열차가 한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달리기 시작하자 객차 입구의 모니터 속도계 숫자가 치솟기 시작했다. 시속 100㎞, 200㎞. 시속 250㎞를 넘어서자 객차에 진동이 느껴졌다. 복안터널을 통과할 땐 ‘덜컹덜컹’하는 소음이 제법 크게 들렸다. 열차 곳곳에 설치된 573개 센서를 체크하는 연구원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잠시 후 신경주역을 시속 170㎞로 통과하며 숨고르기를 한 열차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곧 국내 최고속도를 넘어섭니다.” 김 본부장의 예고에 이어 열차는 마침내 최고속도를 넘어섰다. 좌석에 놓인 종이컵의 음료수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열차는 동대구~부산역 사이를 세 차례 왕복 주행한 뒤 이날 오전 3시30분 부산역으로 귀환했다.



 김 본부장은 “시운전 속도를 계속 높여 연말에는 목표했던 속도(시속 430㎞)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하게 되면 프랑스·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속도의 고속철 보유국이 된다. 현재 전 세계 열차 중 최고속도는 프랑스 TGV V150이 2007년 4월 기록한 시속 574㎞다.



 철기연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발과정은 순조로운 편”이라며 “G7이 시속 300㎞를 넘어서는 데 1년이 걸린 반면 새 열차는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 출고 이후 28번째 시운전(1만㎞) 만에 기록경신에 성공한 것이다. 앞뒤 기관차에만 모터가 달린 G7과 달리 새 열차는 객차마다 모터가 있는 동력 분산식이어서 가속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새 열차는 2015년께 상용화될 전망이다. 승객수송에 나서게 되면 최대 시속 370㎞에 평균 350㎞로 운행할 계획이다. 서울~부산 구간을 1시간43분(정차역 2개 기준)에 주파할 수 있다. 현재 KTX-산천은 최고 시속 300㎞로 서울~부산 구간을 2시간25분에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호남고속철도 신선 구간(대전~광주)은 시속 400㎞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반면 현재 운행 중인 경부선 선로는 설계 속도가 시속 350㎞다. 새 열차가 최고 370㎞로 달리기 위해선 선로 보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음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이상화 기자



국내 고속열차 개발 일지



2002년 6월 G7열차 시운전 시작



2004년 4월 KTX-1 국내 운행 시작



2004년 12월 G7열차 최고속도 352.4㎞/h 돌파



2010년 3월 KTX-산천 운행 시작



2012년 6월 차세대 고속열차(HEMU-430X) 시운전 시작



2012년 9월 차세대 고속열차 최고속도 354.64㎞/h 돌파



자료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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