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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떡! 25평 아파트 샀는데 실제 평수는…

중앙일보 2012.09.11 00:45 경제 4면 지면보기
주택에서 ‘면적’은 바로 돈이다. 3.3㎡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요즘 주택업체가 이 면적을 공짜로 나눠주고 있다. 계약자는 84㎡(이하 전용면적)형을 샀는데 전용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이 ‘덤’으로 따라오기도 한다. 84㎡를 샀지만 실제로는 120㎡대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이다. 동네 헬스클럽 3개월 이용권을 사면 서비스로 1개월을 줘 총 4개월을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J report] 발코니의 마술 우리집이 1.5배로 커졌어요
아파트 서비스 면적의 경제학

 이게 가능한 것은 ‘서비스 면적’ 덕분이다. 서비스 면적은 계약자(입주자)가 전용으로 사용하면서도 분양가에는 포함되지 않는 면적이다. 관련법상 전용면적은 물론 공급·계약 면적 등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말 그대로 덤이다. 대표적인 게 발코니다.





 서비스 면적은 기존 주택에도 있었지만 최근 분양하는 주택 등에서 눈에 띄게 넓어졌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된 데다 아파트 등 분양시장이 위축된 때문이다. 주택업체가 실수요를 잡기 위해 서비스 면적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업체끼리 경쟁이 붙어 서비스 면적이 전용면적의 절반이 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KCC건설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KCC스위첸 아파트 84㎡형 B타입은 서비스 면적이 전용면적의 60% 수준인 50.5㎡나 된다. 포스코건설이 연내 인천 송도에서 분양 예정인 더샾 그린워크3차 99㎡형 A타입의 서비스 면적도 50㎡에 이른다.



다락방은 층고를 높여 서비스 면적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지만 최상층이 아니면 설치하기 어렵다. 사진은 올해 말 입주하는 춘천 아이파크 최상층에 적용된 다락방 투시도.
 현대건설이 광주 서구에서 분양하는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 59㎡형의 서비스 면적은 27.4㎡다. 현대건설 건축설계실 이상민 차장은 “과거에는 다채롭고 이색적인 평면 개발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서비스 면적 확대 등 실수요를 겨냥한 평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비스 면적은 대개 발코니를 통해 공급된다. 발코니는 건축물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이다. 건축법에서는 이 발코니를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이라고 쓰고 있다. 말 그대로 서비스 면적이라는 얘기다. 용적률·건폐율상 면적 산정 때도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코니는 무한정 키울 수 없다. 현행법상 공동주택 전·후면에만 들일 수 있고 발코니 폭은 1.5m 이내로 제한(2005년 이후)돼 있다.



 그런데 어떻게 전용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이 덤으로 따라오는 걸까. 여기에 주택건설업체의 평면 설계 기술이 숨어 있다.



 우선 베이(Bay·아파트 전면의 기둥과 기둥 사이) 수를 늘려 전·후면 발코니를 늘린다. 베이를 늘리면 집이 가로로 길어지게 되므로 발코니를 들일 수 있는 공간이 커진다. 84㎡형은 물론 59㎡형에도 3.5베이나 4베이 평면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설계그룹 왕원식 부장은 “베이 수를 늘리면 그 자체만으로 통풍·환기·채광이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발코니가 커지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베이 수 확대는 평면 설계 기술이 없으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2006년)도 서비스 면적을 늘릴 수 있었던 요인이다.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방·주방 등을 재배치하면서 기존에는 쓸 수 없었던 공간이 살아난 것이다. SK건설이 2010년 수원에서 분양한 SK스카이뷰에 첫선을 보인 플러스알파존(욕실·드레스룸 중앙 배치 등을 통해 자투리 공간을 없앤 평면) 평면이 대표적인 경우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한정된 공간에 주방·거실·방을 배치하다 보면 벽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 나온다”며 “이것을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재배치를 하면서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스(베란다)와 다락방을 통해서도 서비스 면적이 공급된다. 테라스는 아래층 지붕을 내 집 마당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인데 1층은 테라스, 2층 이상은 베란다로 구분된다. 업계에서는 보통 층수 구분 없이 테라스로 통칭해 쓰기도 한다. 테라스는 그러나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집을 작게 만들어야 하므로 구릉지가 아니면 2~3층 이상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개 저층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테라스를 들이는 경우가 많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말 서울 은평구에서 내놓은 불광 롯데캐슬이나 은평뉴타운 2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락방은 최상층 가구에 주로 적용된다. 다가구·다세대주택 옥탑방을 생각하면 쉽다. 건축사사무소인 열린공간 신호영 이사는 “테라스·다락방은 발코니에 비해 서비스 면적을 늘리기가 쉬운 편이지만 건축 구조상 저층과 최상층에만 들일 수 있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실제 사용 공간이 커지고 더불어 분양가 인하 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분양시장에서는 서비스 면적이 넓은 집이 인기다. 동탄2신도시 KCC스위첸 B타입은 청약 1순위 당해 지역에서 1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B타입보다 서비스 면적이 적은 A타입은 당해 지역에서 2.3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데 그쳤고 나머지 타입은 1순위에서 미달했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실수요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서비스 면적 확대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비스 면적이 앞으로 더 넓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신소재 개발 등으로 벽체가 점점 얇아지는 등 건축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갈수록 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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