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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 소잉카 “나는 창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중앙일보 2012.09.11 00:33 종합 25면 지면보기
10일 제78회 국제펜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월레 소잉카(왼쪽)와 르 클레지오. 소잉카는 “작가는 최고의 무기인 언어를 이용해 소수의 교만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작가들은 글을 쓰는 하나의 ‘부족’이다. 만약 부족 구성원 한 명에게 구속을 가했다면 그것은 부족 전체 행동에 구속을 가하는 것이다.”

경주 국제 펜대회 개막 연설



 백발의 노(老)작가는 단호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78)는 문학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해 거침없는 ‘펜의 힘’을 들이댔다. 10일 개막한 제78회 경주 국제 펜(PEN)대회 기자회견장에서다. 국제펜클럽 중국 회원이 중국 정부 감시로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직후였다.



 그는 “가택연금처럼 몸을 구속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잔인한 검열이다. 내 경험상 가택연금은 1단계이고, 그 이후에 또 다른 검열이 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소잉카는 ‘표현의 자유’를 내건 펜대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그는 내전으로 들끓는 자국에서 적극적으로 정치 권력을 비판하다가 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198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국제 예술 및 인권 기구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는 자국에선 반역죄로 사형까지 선고받았고, 정권이 교체된 1999년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평화시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을 밟기도 했다. 희곡·시·소설 등 장르 구분 없이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숲의 춤』 『해설자』등이 있다.



 그는 회견장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북한 작가의 실상을 묻기도 했다. 2005년 북한 작가를 만나기 위해 북한에 갔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북한 작가와의 만남’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단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당시 우리는 호텔에 갇혀 지냈는데, 강력한 독재정권에서 작가들이 얼마나 불안해할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신도 2년 간 투옥생활을 했다.



 “투옥생활이 내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해 줄 것이다. 다만 투옥되기 전에 갖고 있던 신념이 투옥된 이후에 더 강해졌다.”



 -나이지리아에서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나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 등의 힘으로 벌어지는 테러를 막는 것이다. 소수 권력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면, 작가의 의무는 언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소수 집단의 교만함을 극복하는 것이다.”



 소잉카는 2년 전에는 정치쇄신을 하겠다며 신생 정당을 창당하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에게 정치참여의 배경을 물었다.



 “나의 문제점은 가르치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교사였는데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청년층에게 ‘정치에 등을 돌리지 말라. 돈이 없더라도 스스로 세력화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선출직 후보엔 관심이 없었다. 또 돈을 들이지 않고 정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실패했다.”



 이날 소잉카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창의성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의성은 구속의 반대말이다. 권력은 구속을 좋아한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는 종교적, 세속적 권력을 위협한다. 그러므로 ‘나는 창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국제펜(PEN)대회



정치적 검열에 반대하고, 박해받거나 투옥된 작가들을 대변한다. 114개국 143개 센터가 가입돼 있으며 펜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세 번째다. 올 대회에는 월레 소잉카·르 클레지오·고은·이문열 등 국내외 문인 600여 명이 참석한다. 탈북 문인 20 여명으로 구성된 ‘망명북한작가펜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행사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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