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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부터 박경리까지 한자리서 만나요

중앙일보 2012.09.11 00:31 종합 27면 지면보기
대표작 ‘사슴’으로 유명한 시인 노천명(1912~57)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 영인문학관]
‘승리 없는 作業(작업)이었다. 끊임없이 희망을 도려내어 버리곤 하든 아픔의 연속이 내 삶이었는지 모른다. 背水(배수)의 陳(진)을 치듯이 절망을 짊어짐으로써만이 나는 차근히 발을 내밀 수가 있었다.’(『토지』서문, 1979)


영인문학관 여성작가 특별전

 박경리(1926~2008) 선생이 육필로 꾹꾹 써 내려간 『토지』 서문에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작가가 감당했던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묻어난다.



 작가의 삶은 고되다. 거기에 여성이라는 사실이 덧대지면 더 무거워진다. 특히 근대 여명기에 여성작가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삶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런 삶의 무게 속에도 한국 여류문학의 시대를 열었던 여성 작가 13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14일부터 11월 3일까지 여는 ‘글을 담는 반짇고리-나혜석에서 박경리까지’다. 한국문학 여성작가를 망라하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에선 어머니와 아내로서 살았던 여성작가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나혜석이 남편 김우영과 유럽여행을 떠날 때 찍은 사진과 모윤숙이 글을 쓰던 책상을 비롯, 최정희가 아들 익조의 성적을 걱정하며 쓴 편지와 아직도 실이 끼어 있는 한무숙의 재봉틀 등에서 작가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강인숙 관장은 “모윤숙 선생의 경우 딸이 캐나다에서 한복을 보내준 데다 송영순 교수의 애장품이 보태져서 자료가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개막일(14일)에는 김남조 시인의 기념강연 ‘나의 삶, 나의 시’가 진행된다. 개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려주는 강연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의 ‘한국 여성 문학의 방향’(15일) ▶국문학자 송영순의 ‘모윤숙의 문학과 삶’(22일) ▶소설가 서영은의 ‘여성의 삶, 글쓰기’(10월 6일)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나의 어머니, 박경리’(10월 13일) 등이다. 월요일 휴관. 02-379-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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