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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혔다 …‘오동잎’이 졌다

중앙일보 2012.09.11 00:22 종합 31면 지면보기
10일 별세한 가수 최헌씨는 1970~80년대 최고 인기 가수 중 한 명이었다. 특유의 허스키한 탁성으로 ‘오동잎’ ‘가을비 우산속’ ‘앵두’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연합뉴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노래 ‘오동잎’ 중)


가수 최헌씨 64세로 별세

 1970~80년대 허스키한 목소리로 ‘오동잎’ ‘가을비 우산속’ 등을 불러 가요계를 장악했던 가수 최헌씨가 10일 별세했다. 64세. 유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5월 식도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



 최씨는 한국 초창기 그룹사운드 출신이다. 록과 트로트를 결합한 이른바 ‘트로트 고고’의 선두주자로 70년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다.



 함북 성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명지대 경영학과 재학 중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60년대 말 밴드 ‘챠밍가이스’를 결성했다. 70년대 초반 김홍탁이 이끄는 ‘히식스(He6)’에서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 ‘초원의 빛’을 히트시키며 얼굴을 알렸다. 74년엔 ‘최헌과 검은나비’를 조직해 ‘히식스’ 시절 불렀던 ‘당신은 몰라’를 다시 불러 크게 히트시켰다. 75년 솔로로 발표한 ‘오동잎’부터 ‘앵두’ ‘가을비 우산속’ ‘구름나그네’ 등이 모두 큰 사랑을 받으면서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75년 한국 대중음악계는 ‘대마초 파동’이란 유례없는 암흑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당시 가요계를 양분하고 있던 포크그룹과 그룹사운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그룹사운드 출신들이 대거 트로트로 유입됐다. 이들의 음악은 ‘록 트로트’ 혹은 ‘트로트 고고’로 불렸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최씨는 대마초 파동으로 젊은 가수들이 대거 활동 금지됐을 때 조용필·윤수일과 함께 록·트로트를 결합한 음악으로 공백을 메우며 두각을 나타냈다”며 “익숙한 미성이 아닌, 특유의 거칠고 탁한 목소리로 가요계 최정상에 올랐다”고 평했다.



 최씨는 78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가수왕을, 같은 해 TBC ‘방송가요대상’에서 남자가수대상을 수상하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79년엔 그의 히트곡을 영화로 만든 석래명 감독의 ‘가을비 우산 속에’가 개봉돼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활동을 접었다가 83년 그룹 ‘불나비’를 결성, 미국 팝가수 버티 히긴스의 곡을 번안한 ‘카사블랑카’로 활동했다. 2003년 ‘돈아돈아’, 2006년 ‘이별 뒤에 남겨진 나’, 2009년 ‘울다 웃는 인생’ 등을 발표하며 최근까지도 음악의 열정을 접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배영혜씨와 딸 서윤씨, 아들 호준씨가 있다. 호준(27)씨는 “아버지는 바쁜 가수 활동 중에도 항상 가족과 좋은 곳에 많이 놀러 다니려고 노력하신, 상냥하고 가정적인 분이셨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을 날도 있다지만/그러나 언젠가는 그리울 거야… 우리의 마음에 새긴 것은 아마도 지울 수 없을 거야’(노래 ‘세월’ 중) 그의 노래처럼 세월이 흘러도 팬들은 그의 음악을 마음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빈소는 서울 화양동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도 분당 메모리얼 파크다. 2030-7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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