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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중소기업과 기술 인재의 ‘오작교’ 놓자

중앙일보 2012.09.11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우리 역사에서 화포를 쓴 첫 전투는 고려말 왜구들이 500여 척의 배를 끌고 온 진포(지금의 군산지역)에서다. 진포는 개성과 전국으로 운반되는 곡식의 물류 항구 역할을 겸하고 있어 왜구의 침범이 빈번한 곳이었다. 고려 조정은 군선 100여 척의 고려군에 화포를 지급해 첫 실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상륙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배를 한곳에 집결시킨 왜구를 향해 고려군은 화포를 발사했고, 적선은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화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진포 전투 승리의 일등 공신은 화포를 개발한 최무선이다. 그는 조정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집념으로 화약 제조법을 발명했고 이를 무기 제작으로 이끌었다. 요즘 표현을 대입하면 화포는 ‘기술 혁신’이고 최무선은 ‘기술 인재’다. 남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기술을 개발한 기술 인재가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전쟁의 승리를 이끈 것이다.



 기술 인재 최무선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조정의 ‘발탁’이 아니었다. 당시 화약은 불꽃놀이에나 쓰는 장난감 같은 것이고, 중국에서 수입해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무선 혼자 필요성을 주장하고, 무기 제작에 활용하자고 건의했을 뿐이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의해 ‘발굴’된 인재다.



 ‘발탁’된 인재는 조직에 그대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똑같은 대답과 비슷한 스펙으로 무장한 구직자들에게 질렸다’고까지 말한다. 그래서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서류 없이 현장 인터뷰만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까지 생겼다. 모두 창의적 인재의 ‘발굴’을 위해서다.



 ‘발탁’은 쓸 사람을 뽑는 것이고, ‘발굴’은 사람을 찾아내어 쓰는 것이다. 결국 창의적 인재는 맞춤식으로 재단된 전형으로 찾아낼 수 없음을 기업들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이 ‘인재 발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협회는 중소기업의 우수 혁신기술과 신제품 전시를 통해 연구개발(R&D) 성과를 알리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함께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을 해마다 개최해 왔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관련 행사 중 최대 규모로 지난해부터 기술인재대전을 통합해 중소기업과 기술인재 사이의 ‘오작교’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13회째로 지난 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술, 미래를 여는 기술 인재’가 올해 슬로건이었다. 중소기업은 혁신 기술 개발 활동을 멈추지 않아야 고려시대 ‘화포’와 같은 신기술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그러면 기술 인재들이 찾아와 마음껏 재능을 발휘한다. 역설적이지만 반대로 기술 인재들이 중소 기업을 혁신 기업으로 만들 수도 있다. 둘 사이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필요로 하고 있음을 슬로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술 인재와 혁신 중소기업이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사회적 풍토가 바뀌는 게 필요하다. 이제 기업을 외형적 규모로만 평가하지 말고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과 기술 인재가 서로 공유할 혁신이 생긴다.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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