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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돈 ? 그걸 왜 우리가 신경 써

중앙일보 2012.09.11 00:09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서울 서초구는 대표적인 부자동네다. 그런데 요즘은 0~2세 보육예산이 바닥나 여기저기에서 ‘구걸’하기 바쁘다. 올해 85억원으로 잡혀 있던 보육예산은 이미 지난 7월 고갈됐다. 연말까지 필요한 돈이 123억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서울시 예산을 빌려 쓰고 있다. 이달부터는 국민카드사에 외상까지 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내 다른 구청과 전국의 지자체들도 곧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구청 잘못이 아니다. 무책임한 국회의원들 탓이다. 지난해 말 여야는 0~2세 보육료 지원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소득 하위 70%까지만 이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달라진 조치로 서울시내 지원대상 아동은 약 6만7000명 늘고, 올해 예산은 7000억원 정도 더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재원 문제는 우리가 알 바 아니라고 했다. 그저 4·11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념으로 밀어붙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월 28만~39만원씩 받는다. 공짜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린이집이 미어터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시설이 꼭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애들이 밀려나는 부작용도 빚어졌다. 이젠 예산이 없이 보육사업 자체가 파행을 겪고 있다. 부잣집에도 돈을 대주다 보니 없는 집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올해 영아 보육과 유아 교육에 투입되는 나랏돈은 8조2000억원에 달한다. 0~5세 277만 명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133만 명과 유치원에 다니는 56만 명에게 연평균 412만원(한 달 34만원)이 돌아가는 셈이다. 2005년 이런 용도로 쓰인 돈은 2조원도 안 됐다. 보육예산 확대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것이다. 출산율 제고와 젊은층 표심 잡기다. 정치권은 어느 쪽에 더 관심이 많을까. 물어보나마나 후자다.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쓴다는 데 토를 달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낱 정치적 명분으로 격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잣집 자녀는 결혼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아이도 더 낳는 편이다. 그만큼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이들에게도 아량을 베풀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서민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들이다. 그런데 왜 부잣집까지 챙겼을까. 그들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재정만 넉넉하면 무슨 상관이랴. 현실은 정반대지만 그들의 문제 인식은 요지부동이다.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민주통합당)은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몇 조원이 들든 간에 무상보육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도 0~2세가 아니라 4월 총선 때 공약했던 ‘0~5세 무상보육 확대’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보육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복지는 돈이다. 돈 없이 복지를 외치는 정치인은 출세만 사랑할 뿐 나라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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