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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기업이 이공계 인재를 키워라

중앙일보 2012.09.11 00:03 종합 37면 지면보기
한은화
경제부문 기자
특허전쟁이 아무리 거세도 삼성전자는 걱정 없겠다. 최고경영진들이 이공계 출신들이니. 권오현(60)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쌍두마차 격인 윤부근(59) 소비자가전담당 사장과 신종균(56) 무선사업부 사장도 ‘공돌이’ 출신이다. 윤 사장은 한양대에서 통신공학을, 신 사장은 광운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만 괜찮다고 될 일일까.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비롯된 우수인력 이공계 기피현상(본지 9월 10일자 1, 8면)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연구인력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영재고와 과학고 출신들이 의대로 쏠리고, 그래서 이공계 진학 인재 수는 적어지고, 그나마 이 적은 인력은 최고 대우를 하는 직장으로 찾아가니 여타 기업들은 질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본지 보도에 이공계 인재 처우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기사에 붙은 댓글의 하소연들은 이렇다.



 “정보기술(IT)의 ‘열정’ 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열악한 거 아닌가요.”(아엘로)



 “기업들도 정신차려라. 좋은 인재를 싼값에 써먹으려 하다니….”(lkjtop81)



 10일 만난 한 외국계 회사 임원은 이공계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재학생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 하나같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데 놀랐다”고 소개했다. 남편이 이공계 박사라는 주부 이정아씨는 “연구소에 다니는 박사 남편의 연봉이 대기업 학사보다 적다”며 억울해했다.



 이공계 우수인력 부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마다 인재 확보를 위해 난리다. 가령 미국 GE에는 ‘에디슨 프로그램’이란 게 있다. 우선 이공계 대학생 인재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한다. 그러곤 GE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할 수 있게 교육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LG·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들도 서울 연구소 짓기에 한창이다. 뛰어난 이공계 인력을 확보해 회사를 위한 큰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다.



 이처럼 세계 유수 기업들의 최근 인력양성 트렌드는 ‘추격형’에서 ‘창조형’으로 바뀌고 있다. 남의 기술을 추격할 게 아니라 스스로 인재를 길러 기술을 창조적으로 개발케 하는 시대다. 의대로 몰리는 교육풍토를 탓하기엔 시간이 급하다. 차라리 기업들이 인재 양성에 앞장서야 한다. 뛰어난 인재는 최고대우를 해주고, 다소 수준이 낮더라도 이공계 출신들을 많이 확보해 자체적으로 우수인재로 육성할 때다. 삼성-애플, 코오롱-듀폰 간 치열한 특허소송에서 보듯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의 존재는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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