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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헤어진 한국인 부부 찾던 중국인 결국

중앙일보 2012.09.11 00:01
[사진=페이스북 캡처]




  한 중국인이 16년 전에 헤어진 한국인 수양부모를 애타게 찾았다. 6개월 동안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이 사연을 SNS(쇼설미디어네트워크)에 띄웠다. 그러자 단 9시간만에 수양부모의 행방을 찾아냈다. 믿기지 않는 SNS의 힘이었다.



5일 오후 3시쯤 전북도청의 페이스북에는 ‘16년전 중국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한국인 부부를 찾습니다’는 글과 사진이 실렸다. 중국 지린성 옌지(延吉)에 사는 왕제창(王界場·51)의 사연이었다. ‘우리 가족은 1996년 옌지에 살던 한국인 박일룡(70)ㆍ김선례씨 부부의 도움을 많아 받았다. 박씨는 당시 중국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기독교인이었다. 지금 나이는 70대다. 그들 부부를 찾아 예전에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한국에 사는 한 중국인이 “박씨를 찾아달라”는 왕제창의 부탁을 받고, 전북도청 페이스북 담당부서에 연락해 게재됐다.

글과 사진이 페이스북에 뜨기 무섭게 2만여명의 전북도청 페이스북 친구들이 사이버 공간 곳곳으로 사연을 퍼 날랐다. 이들과 연결된 트위터 등 다른 SNS 사용자들도 사연을 퍼트렸다.



자정 무렵, 박씨가 충남 아산시 외국인 근로자 지원시설에서 근무를 한다는 소식이 날아 들었다. 페이스북에 첫 사연이 올라온 지 9시간 만이었다. 제보자도 박씨를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 제보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의 페이스북을 훑어보다 전북도청 페이스북의 사연을 발견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박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낸 것이다. 전북도청은 직접 박씨와 통화하고 사연의 주인공임을 확인했다.



박씨는 1990년대 초반 중국에서 전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 각 지방으로 선교활동을 다녔다. 이 때 박씨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한 동네에 살던 30대 청년 왕제창이었다. 그는 중국어가 서툴러 어려움을 겪던 박씨 부부의 쇼핑과 여행 안내 등에 도움을 줬다.



왕제창은 채소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박씨는 왕제창의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 주었다. 그들이 살던 동네에선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 가정이 드물던 시절이었다. 겨울이면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그 곳에서 비싼 고급품으로 통하던 한국산 방한복도 구입해 줬다. 2∼3일에 한번 꼴로 집안끼리 오가며 정이 쌓여, 나중엔 박씨 부부가 왕제창을 수양아들로 삼을 만큼 각별한 관계가 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외국인의 선교활동을 제한하면서 박씨는 갑작스럽게 중국을 떠나야 했다. 199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이사를 하다 주소를 잃어 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16년전 인연을 한나절만에 찾았다는 소식에 전북도청 페이스북은 불이 났다. '언블리버블(믿기 힘들다)''페이스북 생활중 가장 기쁜날''소름돋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등의 환호성이 잇따랐다. 배진환 전북도 홍보기획과장은 “처음엔 지자체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는데 이번에 그 파급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사연의 당사자인 박씨는 "16년전 연락이 끊긴 사람을 이렇게 찾아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도움받은게 더 많은데 나를 '은인'으로 찾아주다니…"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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