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상하이방 연락책 체포작전
뉴욕행 여객기 이륙 7시간 만에 베이징 회항 … 그 뒤에 숨은 중국 권력 암투 코드

얼핏 별개로 보이는 두 사안이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고, 그 배경엔 상하이방과 반대 세력 간 권력 암투가 자리하고 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 매체 둬웨이(多維) 등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항공기엔 통전부 대만 담당 여성 첩보원 딩(丁)모가 타고 있었다. 그는 두칭린과 후이량위(回良玉) 농업 담당 부총리 사이의 비밀 연락책이었다. 두는 농업부장을 지내던 2001~2006년 상관인 후이 부총리와 정치적 후견관계를 맺었다.

링지화
후이 부총리는 장쩌민(江澤民)이 좌장인 상하이방의 일원이다. 두 역시 장쩌민의 발탁으로 하이난(海南)성 당서기, 농업부장에 오를 수 있었다고 홍콩 잡지 동향(動向)은 분석한다.
후이는 2008년 두 통전부장에게 당시 갓 충칭(重慶)시 당서기에 오른 보시라이(薄熙來)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도록 지시했다. 상하이방과 가까운 보시라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세우려는 시도였다.
통전부는 대만·홍콩 등과 국외 화교들에게 공산당을 선전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 및 공작이 주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올해 초 왕리쥔 사건(수하인 왕이 미 총영사관 난입)으로 실각하고 만다. 보와 가까웠던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 서기마저 낙마 위기에 몰리자 상하이방은 비상사태를 맞았다.
그 와중인 7월 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파면시키라’는 내용의 당 원로 1644명의 서명이 불거졌다(본지 8월 9일자 18면). 소식을 전한 매체들에 따르면 두가 서명을 받아 개혁파인 원 총리를 공격하는 데 활용토록 후이 부총리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이를 사주한 이는 상하이방의 총괄책임자 격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다.
이에 반(反)상하이방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 총리가 후이량위·두칭린과 보시라이의 유착 정황을 철저히 파헤치기 시작했다.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이 문제로 파벌 간 격론이 오갔고, 두 사람은 자리 보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불안을 느낀 두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딩이 입을 열까 두려워 그를 도피시키려 했다. 당시 국가안전부와 당 기율검사위의 감시를 받고 있던 딩이 출국을 시도했고 그의 탑승 사실을 뒤늦게 안 후 주석이 회항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결국 두칭린은 회항 사건 사흘 만에 통전부장 자리를 내놔야 했다. 기존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직 외에 어떤 보직도 맡지 못했다. 후 주석은 새 통전부장에 자신의 심복인 링지화를 앉혔다. 통전부가 보유한 해외 정보를 장악하고 두칭린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펴는 것이 링의 임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상하이방과 반대파 간 권력의 균형추가 또 한번 흔들릴 수 있다.
권력 암투의 원인을 제공한 보시라이는 연금 상태에서 기율검사위 조사를 받던 중 심장 발작을 일으켜 현재 베이징 인민해방군 301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7일 홍콩 월간지 명경(明鏡)이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