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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율 1위' 한 마을선 일주일새 5명이…충격

중앙일보 2012.09.10 00:52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6일 충남 천안 순천향대 천안병원 본관 5층 농약 중독 환자 집중치료실. 김모(67)씨가 의식을 잃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부인과의 갈등 때문에 술을 마신 뒤 홧김에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 50mL를 들이켰다. 그는 결국 이날 오후 사망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매년 500여 명의 농약 중독 환자를 치료한다. 이 병원 홍세용 농약중독연구소장(신장내과 교수)은 “대부분 김씨처럼 자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농약을 마신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42명이 … 한국 자살률 7년째 OECD 최고
65세 이상이 전체 평균의 2.4배
농촌 심각 … 농약 음독이 절반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 10주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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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0년 인구 10만 명당 13.6명이던 자살률은 2010년 33.5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 OECD 평균 12.8명의 2.6배다. 매일 평균 42.6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이 심각하다. 2010년 전체 자살자(1만5566명) 중 28.1%(4378명)가 65세 이상이었다.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1.9명으로 전체 평균(33.5명)의 2.4배다.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보다 낮아지는 세계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 농촌 지역 이 심각하다. 2010년 충남의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123.2명으로 서울(65.1명)의 두 배에 달한다. 50~60가구가 모여 사는 충남의 한 마을에선 2007년 일주일 새 5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빈곤 ▶신체적 질병 ▶사회적 고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촌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에 대해 산업화 이후 급속히 고령화했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아직 부실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지대 박지영(사회복지학) 교수는 “농촌 노인들은 신체적·경제적 문제가 생겨도 지원받을 방법을 모르는데, 공공기관이 이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노인 자살의 도화선은 농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의 56%가 농약을 자살 도구로 사용한다. 하지만 농약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 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은 “(농약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것은)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 총기를 파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11월부터 맹독성 농약인 그라목손의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그러나 농촌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충남광역정신보건센터 김도윤 자살예방위기관리팀장은 “그라목손이 판매 중단된다는 소식에 사재기 소동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과 2008년 자살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자살률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 자살 예방 예산도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집중적인 자살 예방 정책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는 2009년부터 병원 응급실에 후송된 자살 시도자를 중점 관리하고 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로 전담팀을 꾸려 자살 시도자 300여 명을 꾸준히 상담해왔다. 연세대 원주의료원 정신과 민성호 교수는 “응급실부터 관리해온 자살 시도자 가운데 아직까지 자살했다는 보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청의 경우 2010년 ‘생명존중전담팀’을 만들어 자살 시도자,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 5900여 명에 대해 우울증 검사와 상담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자살률



인구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의 수. 단위는 명. 전체 인구를 모수(母數)로 놓고 백분율을 낼 경우 숫자가 너무 작아지기 때문에 이같이 계산한다. 국가 간 자살률을 비교할 땐 성·연령 등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보통 OECD 기준에 따라 표준인구로 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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