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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수익률 161%? … 못 믿을 경매 정보

중앙일보 2012.09.10 00:22 경제 8면 지면보기
직장인 채영목(40)씨는 최근 경매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을 찾다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H상가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15㎡ 크기로 감정가가 1억3400만원인데 월세가 1100만원이라고 법원 자료에 나와 있었다. 감정가에 낙찰해 연 7% 금리로 전체 낙찰금액의 60%를 대출하면 임대수익률이 무려 161%라는 계산이 나왔다.


법원서 작성한 ‘현황조사서’ 엉터리 임대료 신고 많아

수익형 부동산 입찰 때 권리관계 등 꼭 현장 확인을

 하지만 채씨는 현장을 둘러본 후 실망했다. 법원에 비치된 ‘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의 임대료 신고액이 엉터리였던 것. 실제로 이 상가는 공실률이 높은 것은 물론 월세는 100만원도 안 됐다.





 경매법원이 경매 대상 물건에 대해 작성하는 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가 정확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을 따지는 데 기본적인 자료지만 틀린 정보가 많아 응찰자가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10일 경매 예정인 서울 광진구 구의동 T상가 2층 12.26㎡형. 매각물건명세서대로라면 연간 수익률이 59%나 된다. 감정가(1억2000만원)의 80%인 9600만원에 낙찰해 현재 수준에서 임대료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다. 낙찰가가 올라가도 웬만해선 수익률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법원이 현황조사를 통해 표시한 이 상가의 임대료(보증금 2000만원, 월세 330만원)가 높은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확인해보니 이 가격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세는 100만원도 안 된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관리비도 많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경매시장에서 임대수익률을 산정할 때 참고하는 현황조사서는 법원에서 파견한 집행관이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기본적인 용도, 면적 등은 물론 임대와 점유 관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매각물건명세서는 임차인들의 권리신고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부동산의 각종 권리관계, 임차인 현황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모두 경매 참여자가 입찰가를 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 문서를 그대로 믿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오는 11월 5일 경매 예정인 서울 중랑구 상봉동 S상가 1층 6.24㎡의 경우 감정가는 4500만원에 불과한데 매각물건명세서에 기록된 전세 보증금은 2억원이나 된다. 감정가보다 상가 전세금이 더 비싸다고 신고된 것이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법원 집행관이 현장을 방문해 작성하는 현황조사서는 시세 동향에 대한 판단 없이 단순히 임차인에게 물어보고 작성하기 때문에 정보가 부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시세 정보가 투명하지 않아 실제 거래와 달리 신고할 가능성이 크다. 경매 전문가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은 “낙찰자가 많이 몰려 높은 가격에 입찰해야 명도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어 임차인이 임대료를 높여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 관계자는 “법원의 역할은 임차인 숫자, 권리관계 등 경매 대상의 객관적 정보를 제시하는 것일 뿐 그때그때 달라지는 부동산 시세에 대한 평가는 아니므로 관련 내용에 대한 평가는 입찰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경매본부장은 “경매 물건의 수익률을 파악하려면 법원이 제공하는 각종 서류만으로는 한계가 많다”며 “권리관계, 임대료나 관리비 수준 등을 반드시 현장 조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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