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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 음식쓰레기는 연료가 됩니다

중앙일보 2012.09.10 00:18 종합 22면 지면보기
강북구 수유2동 벽산아파트 내에 설치된 감량기에 주민 이종례씨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다.각 가정에 부여된 카드를 RFID(무선인식전자태그) 리더기에 댄 뒤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하면 중량과 처리비용이 표시된다. [최종혁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2동의 벽산아파트.

탄력받는 강북구 자원화 사업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나온 주민 이종례(57)씨가 아파트 한쪽에 설치된 대형 기계로 향했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다른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이 보이지 않았다. 이씨가 들고 있던 카드를 기계에 부착된 RFID(무선인식전자태그) 리더기 앞에 갖다 대자 모니터에 이씨의 집 호수가 뜨고 기계의 뚜껑이 열렸다.



  기계 속에 음식물쓰레기를 붓자 ‘520g, 32원’이란 숫자가 떴다. 금액은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월별로 금액을 합산한 뒤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고지된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과 관계없이 매월 1300원만 내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이씨는 “음식물 버리는 양에 따라 돈을 더 내야 해 요즘은 물기도 충분히 빼낸 뒤 버린다”고 말했다.



감량기를 통해 발효된 음식물쓰레기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 [최종혁 기자]
 이 기계에 들어간 음식물쓰레기는 미생물(리소메타)을 이용한 발효 과정을 거쳐 본래 투입량의 30% 규모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역한 암모니아나 이산화탄소 냄새는 백금 촉매를 활용해 제거한다. 이 기계가 바로 음식물쓰레기 대형 감량기다. 지난해 10월 강북구에서는 처음으로 이 아파트에 시범 설치됐다.



 처음엔 주민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주민 유영남(55)씨는 “쓰레기 처리시설이라 괜히 혐오감도 들고 집값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에서 공청회 등을 열어 “음식물쓰레기에서 유용한 자원을 뽑아낼 수 있는 사업”이라며 주민을 설득해 시범 운영에 착수할 수 있었다. 감량기 설치비는 민간업체가 부담했다.



 감량기를 거쳐 줄어든 음식물쓰레기는 한 달에 두 번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시설로 옮겨진다. 이날 오후 찾은 공장에서는 용광로처럼 생긴 추출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추출기 속에서는 시뻘건 불이 번쩍였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지앤피바이오텍의 정성록 자원사업본부장은 “300~400도의 고열을 이용한 진공열분해 방식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로부터 바이오오일과 가스·활성탄·액체비료를 추출해 낸다”고 말했다.



 고열의 진공관 옆에 설치된 투명한 유리관에는 검은색 액체가 흘렀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추출한 ‘원유’였다. 정 본부장은 “정제 과정을 거쳐 경유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액체비료는 벽산아파트 주민들에게 다시 나눠 줘 텃밭 가꾸기 등에 쓰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는 금천·송파·노원·동대문구 등 7개 구청이 감량기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여 매립하거나 비료로 쓰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은 강북구가 유일하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에 대한 주민 반응이 좋다”며 “올해 말까지 구 예산도 함께 투입해 구내 100여 곳의 공동주택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장은 “해당 사업을 활성화하면 지자체 간 갈등도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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