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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방과후수업 도움 주고 1인용 집 개발 힘 쏟아 길 뚫은 사회적 기업들

중앙일보 2012.09.10 00:07 경제 4면 지면보기
SK그룹·대구광역시·시교육청이 설립한 대구행복한학교 재단의 플루트 수업 현장 모습(사진 가장 위), 중장년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이들을 고용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사진 가운데). 포스에코하우징 직원들이 회사를 방문한 대학생에게 공장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각 회사]


이달 5일 오후 3시 대구광역시 지묘동에 있는 지묘초등학교의 한 교실.

사회적 기업이 달라지다



 교실 안에는 15명가량의 초등학생이 방과후 교사인 이령화(26·여)씨의 지도에 맞춰 한창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었다. 음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씨가 교실을 돌며 학생들의 자세와 음정을 잡아주는 모습은 일반 음악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과 후 교실에서 8개월째 플루트를 배우고 있는 조수미(12)양은 “학원까지 가지 않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편하게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교사인 이씨도 “아직 대학원생 신분이지만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경제적으로는 물론 교직 경험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각종 재활용 관련 산업이나 제조업에 치중돼 일반인과 거리감을 느끼게 했던 사회적 기업들이 생활밀착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인 대구행복한학교 재단이다. 플루트 수업은 이 재단이 운영하는 80여 과목 중 하나다. 재단은 대구광역시와 시 교육청, SK그룹이 힘을 합쳐 지난해 3월 설립됐다. 재단 설립에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고른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SK그룹 최태원(52)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설립 초기 대구광역시 관내 6개 학교 1300여 명가량의 방과후 수업을 담당했던 이 재단은 지난달 현재 대상이 41개교 5823명으로 늘어났다. 대구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 210개 중 20%가량이 이 업체와 거래한다. 사회적 기업답게 저렴한 수강료와 다양한 취업 기회 제공이 이 재단의 장점이다. 이씨가 가르치는 플루트 수업은 주 2회, 80분씩 이뤄지지만 학생들은 월 3만원만 내면 된다. 일반 플루트 학원은 월 10만원가량을 받는다. 현재 이 재단이 고용한 강사 수는 175명. 플루트 강사인 이씨처럼 갓 대학을 졸업한 이부터 정년퇴임한 교장 선생님 등 강사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에게는 과목과 수업 시간에 따라 월 50만~300만원가량의 수업료를 지급한다.



 이 재단 이인희 사무총장은 “교직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직접 교재를 만들고, 기존 방과후 학교 업체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 외곽 지역 학교에서도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하우를 무기로 적게나마 수익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 7월엔 2억250만원 매출에 18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2009년 노인 전용 극장으로 재개관한 종로 허리우드 극장도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를 무기로 차근차근 수익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55세 이상 노인이라면 이곳에서 2000원만 내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벤허·미션·맘마미아 같은 고전 영화는 물론 최신 영화도 함께 상영한다. 노인들의 취향을 감안해 극장 안에 LP 음악을 틀어주는 DJ 박스, 추억의 사진이나 물품 전시공간 등을 운영 중이다. 이 극장 김은주 대표는 “노인인구 활동이 많은 종로 탑골공원 옆이라는 지리적 위치는 물론,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라는 장르를 아이템으로 정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극장 운영 첫해인 2009년에는 6만3000명가량이었던 관객 수가 올해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설립된 포스에코하우징도 수익과 고용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경우다. 스틸하우스 건축과 친환경 철강재 발판 제작·설치 등을 주로 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6억원을 달성했다. 사업 초기에는 다른 사회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9년 자체 기술연구소를 세워 시공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 대상 기술교육을 꾸준히 한 덕에 웬만한 중소 건설회사 못지않은 실적을 내게 됐다. 설립 2년 만인 2010년에는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올해 200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생활밀착형’ 사업 영역 선정도 조기에 회사가 궤도에 올라서는 바탕이 됐다. 이 회사는 독신가구 증가라는 사회 변화에 주목했다. 1인 가구를 위한 33㎡(10평) 이하 규모의 스틸하우스 생산 기법에 주력하는 이유다. 또 사회적 기업인 만큼 시공 단계에서 나오는 수익은 최소화했다. 이 회사가 시공 단계에 필요한 건설일용직을 공사장 현지 지역민을 채용하는 이유다. 현재 이 회사의 정식 직원은 60여 명으로, 이 중 60%가량은 사회취약계층 출신이다.



 현대자동차가 2008년부터 육성해 온 노인 및 장애인 전문 돌봄기업인 안심생활도 ‘생활밀착형 사업아이템’을 통해 지속적인 고용창출에 성공한 경우다. 이 회사는 ‘돌봄’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이 480명가량 있다. 이 중 60%는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이다. 이들은 하루 4~8시간 동안 일하고 월 85만~120만원을 받는다. 솜씨 좋은 중장년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한 덕에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한 이도 지난해 말 현재 5만5000명을 넘어섰다. 직원들에 대한 보상 수준도 높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전 직원이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조회를 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고 근속상 제도를 만드는 등 직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사회적 기업은 일부 대기업의 도움을 받고 있는 소수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기업연구원 조영복(부산대 경영대 교수) 원장은 “경영 교육과 세제·금융 지원 같은 인프라가 조성돼야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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