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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기에 … 이겨냈습니다

중앙일보 2012.09.10 00:04 종합 28면 지면보기
전민재가 9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T36 1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왼쪽). [AP=연합뉴스] 민병언이 9일 런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배영 50m S3 결승에서 우승을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가운데). [연합뉴스] 문성혜(오른쪽)가 9일 여자 탁구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를 꺾은 뒤 연인인 차오닝닝(중국)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오른쪽). [연합뉴스]


런던 패럴림픽 폐막을 하루 앞두고 많은 선수가 마지막 힘을 냈다. 한 선수는 감독님 생각에, 다른 선수는 부모님 생각에, 또 한 명의 선수는 결혼을 앞둔 연인 생각에 힘겨웠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렇듯 선수와 그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감동과 스토리의 향연은 10일(한국시간) 성대한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패럴림픽 ‘감동의 향연’ 피날레



 ◆발로 쓴 편지=글씨는 비뚤어졌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가 뛰었던 100m 트랙처럼 곧게 뻗어 있었다. 9일(한국시간) 육상 여자 T36 100m 결선에 출전한 전민재(35)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200m에 이어 두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를 마무리한 전민재는 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쳐 곧바로 라커룸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어리둥절한 취재진에게 다시 돌아와 수줍게 꺼낸 한 통의 편지. 이날 경기 전 성희준(38) 육상팀 감독에게 쓴 ‘전상서’였다. 혹독한 훈련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애정의 표현이었음을 깨달은 제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감독님 덕분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뇌성마비 선수의 특성상 직접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 시간을 들여 발로 정성껏 쓴 전민재의 진심이 담긴 선물이기도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철없을 때는 부모님께 ‘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제는 ‘저를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내 몸이 비장애인들과 같았다면 이런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전민재가 은메달을 딴 직후, 민병언(27)이 또 하나의 값진 메달을 추가했다. 수영 남자 배영 50m S3 결선에 나선 그는 42.51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75초라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민병언은 금메달을 따낸 후 가족 이야기를 많이 했다. 유전운동감각신경병(CMT·샤르코-마리-투스병)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병에 걸린 뒤 손발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면서 일상생활도 힘들어졌던 그다. 하지만 대회 때마다 매번 쫓아와 챙겨주시는 어머니와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아버지, 그리고 누나라는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 덕분에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던 아이는 어느덧 ‘물속만큼은 내 세상’임을 증명했다.



 ◆한·중 ‘핑퐁 사랑’=9살이라는 나이 차와 수백 ㎞의 거리 차가 있었지만 사랑 앞에선 어느 것도 장애가 되진 못했다.



 8일 한·중 패럴림픽 탁구 대표팀의 문성혜(34)와 차오닝닝(25)이 열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상대방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마음속으로 뜨거운 응원을 했고 각각 동과 금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문성혜와 차오닝닝은 2007년 슬로바키아 오픈에서 처음 인사했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문성혜가 중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고, 지난해 연인으로 발전했다. 문성혜는 “중국에 갔을 때 차오닝닝이 여왕처럼 잘 대해주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고 말했다. 곧 문성혜의 부모님께 인사 드리기로 했다는 두 사람은 조만간 결혼 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차오닝닝은 “영어·중국어·한국어를 모두 쓰면서 의사소통을 하지만 사실 눈만 봐도 마음을 다 알 수 있다”며 웃었다. 마침 이날 기자의 귀에 들린 차오닝닝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였다.



 한편 9일 한국 선수끼리 맞붙은 보치아 BC3 결승에선 최예진(21)이 정호원(26)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예진은 여자 선수로선 최초로 보치아 BC3 개인전 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단은 마지막 날 선전에 힘입어 금9·은9·동9의 좋은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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