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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언니랑은 다른길로" 손연재 '라이벌의식'?

온라인 중앙일보 2012.09.09 10:16
고3 수험생.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사진)의 현재 위치다. 엘리트 선수로 또래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손연재에게도 대학 진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손연재는 지난주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했다.


손연재 vs 김연아...스포츠 외교관 꿈꾸는 CF스타 닮은꼴…연세대·고려대, 대학 선택은 달라

서울 소재 7개 대학이 ‘손연재 모셔가기’ 전쟁을 벌였지만 손연재의 최종 선택은 연세대였다. 한 사립대는 총장까지 나서 마음을 돌리려 애썼으나 소용없었다.손연재의 연세대 진학 소식이 알려졌을 때 리듬체조계에서 나온 반응이 흥미롭다. 한 관계자는 “우리 모두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김연아가 고려대를 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김연아(22)가 다니는 고려대와 함께 전통의 명문 사학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두 대학은 학문 분야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즉 ‘김연아가 고려대를 갔으니, 손연재는 연세대를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 손연재를 세간에 알린 건 ‘리듬체조의 김연아’라는 타이틀이었다. ‘동생’ 손연재가 걸어가는 길은 ‘언니’ 김연아의 경로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두 사람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연재는 중3이던 2009년, 당시 김연아가 소속된 IB스포츠와 계약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불모지 한국에서 김연아라는 보석을 발견하고, 세계적 선수로 크는 과정을 지켜본 IB스포츠가 손연재에게서 그 가능성을 엿봤다.



두 선수에겐 ‘아름다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겨와 리듬체조는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에 서 있는 종목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기술 못지않게 예술성·연기력이 중요하고 아름다운 신체나 외모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 권투와 레슬링, 축구 등 대결 종목이 득세한 한국에선 낯선 종목이었지만 이미 선진국에선 인기 스포츠였다. 톱 클래스 선수들은 연예계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김연아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수록 동양적 매력을 지닌 그의 스타성도 높아졌다. 화장품과 자동차, 휴대전화 등 김연아를 내세운 광고가 쏟아져나왔다. 아름다운 종목의 아름다운 선수. 이 등식을 타고 손연재도 손쉽게 광고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김연아가 ‘CF 퀸’ 이라면 손연재는 ‘CF 요정’ 이었다. 광고모델 캐스팅 전문가인 고송아 캐스팅 런 대표는 “두 선수 모두 광고주가 선호하는 모델”이라며 “김연아가 내뿜는 임팩트는 상당하다. 손연재 역시 웃기만 해도 광고가 된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에서 나온 걸출한 스타는 ‘XX의 키즈’를 만들어 냈다. 한국 피겨의 미래를 이끌어갈 김해진·박소연은 김연아의 활약을 보며 자란 ‘김연아 키즈’다. 손연재는 자신도 아직 10대지만 ‘손연재 키즈’를 만들고 있다. 이연숙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기술위원장은 “초등학생 이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 손연재를 보며 리듬체조를 시작한 아이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엔 “어떻게 하면 리듬체조를 배울 수 있는지요”라는 문의가 협회로 쏟아졌다.



손연재가 은퇴 뒤 스포츠 외교관을 꿈꾸는 것도 김연아와 비슷하다.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여름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스포츠 외교관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리듬체조 발전을 위해 한국에도 국제체조연맹(FIG) 위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손연재 역시 은퇴 뒤엔 국제기구에서의 활약을 꿈꾼다.



손연재의 성공은 상당 부분 김연아에게 빚을 지고 있다. 손연재의 어머니 윤현숙씨도 한 인터뷰에서 “김연아와 김연아 어머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길을 개척한 그분들이 있어 우리가 조금 더 편한 길을 올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니’ 김연아의 그림자는 손연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런던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한 손연재는 4년 뒤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우승자 출신이지만 손연재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이 없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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