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추행 목사 무릎꿇더니 공소시효 지나자 돌변

온라인 중앙일보 2012.09.09 09:50
김미연(가명·24·여)씨에게 2004년 2월의 어느 늦은 밤은 아직도 악몽이다.


채널 15 JTBC 탐사코드J 성범죄 사건의 아이러니

교회 중고등부 수련회 둘째 날 밤에 누군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다는 느낌에 김씨는 잠에서 깼다. 가해자는 경기도 K교회의 중고등부를 이끌던 박장현(가명·48) 부목사.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이다. 김씨 부모는 담임목사에게 항의했지만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순 없었다.



김씨의 부모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아이가 더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가 받은 상처는 깊었다. 남자를 피하는 건 물론 피아노 실기 시험에서 목사와 비슷한 체격의 사람을 보고 놀라 시험을 망치기도 했다.



반면 유학을 다녀온 박 부목사는 아버지에 이어 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김씨에겐 악마나 다름없는 사람이 목사로 부임하자 그의 고민은 커졌다. 그리고 사건 발생 8년 만에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성추행 사실이 공개되는 걸 두려워한 박 목사는 직접 김씨를 찾아와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씨의 고소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검찰이 불기소 처리하자 이를 상황 역전의 계기로 삼은 것. 자신을 용서해 달라던 박 목사는 오히려 16세의 김씨가 자신을 유혹했다며 김씨를 가해자로 몰았다.



박 목사의 주장을 믿는 교회 신도들까지 교회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김씨와 그의 가족들을 협박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셈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바로 문제 삼지 않으면 가해자는 끊임없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나리오를 짜서 퍼뜨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충남 서산의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대생이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했던 사건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조짐이다. 피자가게 주인 안모씨는 이씨를 성폭행한 뒤 휴대전화로 “네 가족에게 알리고 나체사진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와 불륜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은 2차 피해를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모텔에 따라간 이씨가 문제”라고도 했다.



피해자의 고모인 이모씨는 “가해자가 조카에게 차를 사줬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과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강간·강간미수를 당한 여성들의 경찰 신고율은 12.3%에 불과하다. 신고를 해도 피해자는 친고죄가 정한 1년의 공소시효, 가해자와 대질심문, 구체적인 증거 제시 등 넘어야 할 벽이 높다.9일 오후 9시50분 방송하는JTBC ‘탐사코드J’에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성범죄 사건의 아이러니를 집중 보도한다.



손용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