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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흑백영화 같은 시인 백석의 삶 뭉클

중앙선데이 2012.09.09 03:55 287호 30면 지면보기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9월 2일자 S매거진의 ‘시인 백석 탄생 100주년 문학 그림전’에 게재된 김선두님의 시 ‘여승’. 이 시는 내가 지금까지 접한 시 중 가장 슬픈 것 같다. 이 시가 눈에 들어와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백석의 삶은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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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던 대원각을 길상사로 내어놓았던 기생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가 특히 그러했다. 몇 해 전 우연히 들렀다가 그 정원의 아름다움에 반해 백팔 배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봤던 길상사. 그 옛 주인과의 사랑 이야기여서인지 전혀 낯선 옛사람들 얘기 같지가 않았다. 자야에게 첫눈에 반해 “죽기 전에 우리 사이에 이별은 없어요”라고 말했다는 백석은 왜 혼자 만주로 떠나버렸을까. 만주로 가자던 백석의 제안을 자야는 왜 거절했을까.

본지에서는 이른바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가 발단이 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조작 논란을 1면을 포함해 2개 면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다. 기술적인 용어들이 많아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포털의 검색어 순위 결정 과정을 쉽게 설명했다. 특히 검색량 자체보다는 검색량 변화의 폭이나 속도·방향이 순위 결정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등 해당 이슈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포털 검색어 조작 논란이라는 이슈가 지난주 일간지들이 많이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 면에서 차별화가 되긴 했지만 독자 입장에선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요즘 중앙SUDNAY 경제면이 쉬워졌다는 점은 경제 기사를 심정적으로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고무적이다. ‘흔들리는 삼바 경제’의 경우 중국과 브라질 경제의 밀접한 연관성을 철광석의 생산과 소비를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한 점이 눈에 띄었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역시 ‘익숙함에 기댄 투자’의 위험성을 일상적 부부관계에 안주하다 위기를 맞는 상황과 비교함으로써 단기 매매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었다.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큰 피해가 있었음에도 관련 기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1면에 허리케인 아이작 피해 사진을 실었는데, 먼 나라의 허리케인보다 우리 땅의 태풍이 더 뉴스 가치가 높지 않을까. 어쨌든 태풍은 지나갔다. 태풍과 함께 쏟아지던 비에 짬뽕 한 그릇 생각이 간절했지만, 악천후에 차마 배달을 시킬 수 없었다. 이과두주 한 잔 들이켜며 몇 주 전 S매거진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에 소개됐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떠올려 본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점심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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