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생활에 질린 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하라

중앙선데이 2012.09.09 03:42 287호 28면 지면보기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와/ 불빛 늘리며 사는 동안
별들은/ 시골로 시골로 몰려가/ 반짝반짝 냇물에 멱 감고 사는 이유

경제경영 트렌드 FINISH&T ③ Nature

- 고미숙 시인 ‘넌 아니?’

내가 알던 그녀는 매우 똑똑한 여자였다. 명문대를 졸업했고 좋은 직장을 다녔고, 잘나가는 한의사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남편과 함께 훌쩍 도시를 떠났다. 시골로 들어가서 약초를 캐며 촌 아낙네로 살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단다. 그녀는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단아일까? 아니면 탈도시화의 거대 물결의 앞장을 달리는 선각자일까?

세로토닌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시형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는 끝났다. 우리가 향해 가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이름은 자연주의다.” 여기서 자연주의란 자연(nature)과 가까이 할 뿐 아니라 무언가 변화된 새로운 삶의 자세를 의미한다. 그동안 미수교(未修交) 상태였던 도시와 자연이 최상급의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새로운 협력을 시작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쳐 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연을 파고드는 동시에 도시 속으로 자연이 한 발자국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는 자연을 담은 공원과 하천이 늘어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농장을 가꾼다. 내가 아는 그녀처럼 아예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토착화’ 혹은 ‘자연화’, 즉 ‘내추럴라이제이션(naturalization)’은 생물이 본래의 자생지로부터 다른 지역에 이동하여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되는 현상인데, 이제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이 하고, 자연과 함께 하려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위로, 치유,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자연과 협력하는 새로운 산업트렌드를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연가져오기(bring nature) 산업’ ‘자연으로돌아가기(back to nature) 산업’ ‘자연보전하기(keep nature) 산업’으로 구분해 보았다.

1. 자연 가져오기(bring nature) 산업: 꽃, 바위, 풀, 나무, 물은 물론이고 향기, 소리, 바람, 그리고 디자인까지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가정, 사무실, 도시로 직(直)수입한다. 도시에 공원과 하천 복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주거 및 사무공간 근처의 마당·베란다·옥상 등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 농장’과 ‘옥상 텃밭’이 늘고 있다. 자연을 접하는 즐거움은 물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까지 얻기에 ‘웰빙문화’ 확산과 맞물려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삼림욕 효과를 내는 피톤치드 관련 제품과 자연의 향을 담은 고급 향초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자연 가져오기 산업’의 본격화를 알리고 있다.

2. 자연으로 돌아가기(back to nature) 산업: 도시인들을 자연으로 데려가는 산업인데, ‘딸기 따기’ ‘양털 깎기’ ‘주말농장’처럼 체험 중심의 단기적인 것과 아예 거주 자체를 옮기는 장기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자연체험 프로그램은 전문화되고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요즘 ‘숲 체험’이 인기다. ‘숲 해설가’와의 만남을 통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고, ‘숲 유치원’은 혁신적인 건강교육 모델로 발전하는 중이다. 장기적인 거주와 관련된 산업도 확산될 것이다. 고령화로 은퇴 도시민들의 농촌 이주가 늘어날 전망이라 발 빠른 사업가들은 이미 도시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전원의 삶을 만끽할 수 있는 주거단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3. 자연 보전하기(keep nature) 산업: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산업. 그동안 병들어가는 지구를 방치했던 인류는 이제 그 소중함을 깨닫고 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산업이든 자연을 지키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는다. 이른바 녹색성장, 녹색산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도 달라진다. 똑같은 가전제품이라도 탄소 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선호하는 ‘선각’ 계층이 늘어나고, ‘재활용’ 또한 ‘신념’ 계층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에는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패션’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폐기물 처리 산업 등 자연을 지키는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Naturalization’은 법률 단어로 ‘귀화(歸化)’라는 뜻이다. 듣고 보니 마치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자연으로 옮기라’는 명령처럼 느껴진다. 사실 우리는 자연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동안 이 진리를 외면하고 그저 바쁘게만 살아왔다. 이제야 우리는 자연을 향한 귀향(歸鄕)의 걸음을 내딛게 됐다. 자연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히는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