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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업종 고르는 안목 日 장기불황에서 배운다

중앙선데이 2012.09.09 03:11 287호 20면 지면보기
주식 투자에서 종목 선택을 잘하려면 업종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산이 높아야 자라는 나무도 높은 법이다. 투자 기업을 선택할 때 이익창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지 꼼꼼히 살피는 건 기본이다. 투자 후보 기업이 속한 업종 내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갖췄는지도 봐야 한다. 또한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이 유망한지 사양길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중장기적 상승주를 골라 잡아야 하는데 성장산업에 속한 종목의 성공 가능성이 큼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특정 산업의 발전 단계는 무얼 보고 판단하고 예측할 것인가. 한 나라의 산업구조 변화를 결정하는 거시적 요인은 인구구조와 실물·금융, 자산가격의 향방, 정부 정책, 경제성장과 발전 형태 등이다. 외부 요인으로는 환율의 방향, 세계 경기와 수출시장 여건,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한 개별 기업의 대응 전략 등이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향후 산업구조 변화도 이러한 거시적 요인과 외부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전될 것이다. 과연 어떤 방향일까.위의 두 가지 범주 요인은 일본의 전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말 경제의 버블 붕괴 이후 20년 넘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 시기에 기업과 산업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비슷한 징후를 보이는 우리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업종 부침, 반면교사 삼아야
장기 저성장 속에서 일본의 소비 여력은 정체 일로였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1991년 1인당 월간 소비액이 133만원이던 것이 2007년 139만원으로 미미하게 늘었다. 16년이 흐른 데 비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절약이 미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거비를 제외한 필수재 소비는 크게 늘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전체 씀씀이를 줄여도 꼭 필요한 제품은 사게 마련이다. 가령 인구 고령화로 의류·신발은 덜 팔렸지만 외식과 가공식품의 소비는 늘었다. 고령화로 의료 부문 소비가 늘고 장례서비스 사업이 커진 것도 예상대로다. 영화·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소비가 늘어난 것은 시사점이 있다. 고령화로 여행보다 이동이 적고 비용이 저렴한 영화·공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20대 연령 이하 인구 비중이 작아져 교육비 지출은 감소했다.

외생적 요인을 보자. 달러화 강세를 시정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아울러 한국·대만 기업과 일본의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었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4월 158엔을 웃돌다가 이후 5년 동안 84엔으로 47%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거의 두 배로 뛴 것이다. 엔화가치의 급상승은 제조업 수출 경쟁력이 워낙 앞섰던 일본 기업이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환율에 더하여 해외 경쟁자들이 급부상해 일본 기업을 압박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값싼 노동력이나 규모가 큰 중화학 공업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도 위협적 존재였다.

안팎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본 기업이 견딘 건 내수 덕분이었다.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일본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사실 일본은 내수 경제다. 기업들은 장기 불황과 글로벌 경쟁 심화에 직면해 든든한 내수를 지렛대로 버텨온 것이다. 글로벌 수출 기업인 히타치·파나소닉 같은 기업의 매출 대비 내수 비중은 50%를 웃돈다. 일본 기업들은 탄탄한 내수시장과 비용 절감, 생산성 제고를 통해 엔고의 압박과 한국·대만 경쟁자의 부담을 힘겹게 극복해온 것이다.

수출경쟁 격화, 환율 하락은 닮은꼴
그런데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얼마나 점수를 줬을까. 일단 주가로 보면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하다. 투자자들은 일본 제조업의 성장성에 의문을 표했다. 일본 기업들이 내수를 통해 버틴 건 단지 생존했을 뿐이지 성장동력을 확보한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제조업은 수치로 드러나는 이익률만큼이나 이익의 ‘품질’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투자자들은 같은 금액을 팔았더라도 저성장 국면의 일본 내에서 잘 팔리는 물건보다 고성장하는 중국·인도 등지에서 잘 팔리는 물건에 더 높은 값어치를 쳐준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업종별 주가를 보면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상당수 내수 업종 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패스트패션 업체 유니클로나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 정도만 주가가 올랐다.

우리나라로 돌아와보자.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는 일본과 빼닮았다. 일본 정도의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장기 저성장 구조가 불가피해 보인다. 플라자 합의와 같은 엄청난 대외적 압력은 없다고 해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외국인 자금은 우리나라 주식에 더해 채권마저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006년 5조원을 밑돌던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85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조금씩 진정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는 과거 일본과 유사하게 변해갈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수출 경쟁 심화, 환율 하락과 같은 요인들이 한국의 산업과 기업구조를 점차 바꿔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보다는 내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업종의 기업이익 창출 여력이 커질 것이다. 특히 내수·수출 산업을 막론하고 환율 변동과 글로벌 경쟁 심화의 영향을 덜 받는 독과점적 기업이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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