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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붕괴시키는 것은 안철수 아니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2.09.09 02:44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린 6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 앞에서 ‘모바일 투표 중단’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당 지도부가 탄 버스를 막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8일 부산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득표율 66.26%(1만8135표)로 1위를 하며 9연승을 기록했다. 이날 압승으로 문 후보는 누적 득표율을 2%포인트 이상 높이며 49.1%로 과반에 근접했다. 김두관 후보는 5907표(21.58%)로 손학규 후보(2726표, 9.96%)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정세균 후보는 603표(2.2%)를 얻어 4위에 머물렀다. 이날 승리로 문 후보는 대세론을 다졌지만 결선 투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이에 따라 남은 경선에선 2위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갈등의 골 깊어지는 민주당 경선, 왜?

문 후보가 9연승하고 경선 일정이 절반을 넘었지만 경선규칙과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부산 경선이 열린 벡스코 행사장에는 ‘불공정 모바일 경선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등장하고 일부 당원은 ‘동원 투표 중단, 불공정 경선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뿌렸다. “이해찬 당 대표는 불공정 경선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6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순회경선에서도 모바일 경선 중단, 이해찬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전국 민주통합당 당원 및 시민 일동’이란 이름의 시위대 100여 명은 경선 시작 전인 오후 2시30분쯤 체육관 앞 광장에서 시위를 했다. 이어 경선 결과가 나온 뒤인 6시30분쯤엔 ‘경선 방식 변경’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가 탄 버스를 가로막기도 했다. 당 대의원이라고 밝힌 이동규(59)씨는 “당원 목소리가 반영 안 되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이런 경선이 계속되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바일 투표는 민주당의 자랑거리였다. 당원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참여해 대선 후보를 뽑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의 핵심이 모바일 투표다. 전체 경선 투표의 90% 수준이다. 모바일로 민심을 모으고, 경선 흥행을 이끌 계획이었다. 당에선 300만~400만 명의 선거인단이 가능하다며 기대가 컸다.



하지만 순회경선의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 모바일 투표는 당내 갈등의 중심이 됐다. 흥행에도 실패했다는 평을 받는다. 최종 집계된 선거인단은 108만5004명이다. 예상치를 훨씬 밑돈다.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함께 경선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왔다. 일부 경선 행사장에서 폭력 사태가 생기자 당 안팎의 우려감이 커졌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모바일 투표 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6일 광주에서 만난 손학규 후보 측 의원은 “안철수 교수로 인한 정당정치 붕괴가 아니라, 모바일 투표로 인한 정당정치 붕괴를 걱정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최고위원은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많은 사람이 제기했지만 그냥 넘어가 버렸다. 지도부는 경선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관리할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다.

투표방식 문제 vs 규정대로 한 것



‘끝까지 듣기’와 ‘5회 발신’이란 모바일 투표방식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다.

경선 첫날인 지난달 25일 제주에서부터 불거졌다.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이 제기했다. 모바일 투표에서 기호 1~3번 가운데 하나를 누르더라도 4번 문재인 후보 이름까지 다 들어야 투표한 것으로 계산되는 게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이유로 울산 경선엔 비문 후보 3인이 불참했다. 모바일투표 로그파일(통화 원본기록) 분석 결과 ‘중간무효’ 사례가 599건(제주 모바일투표 신청자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비문 3인은 경선에 복귀했다. 당 선관위는 ‘중간투표 유효’란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문제가 또 생겼다. 지난달 31일엔 인천에서 모바일 투표 때 주민번호 인증 절차가 누락된 경우가 생겼다. 이에 따라 일부 유권자는 프로그램 수정 작업을 거쳐 인증을 받고 다시 투표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일엔 모바일 투개표 중단 요구가 다시 나왔다. ‘선거인단 참여를 신청한 유권자에게 투표가 이뤄질 때까지 5번의 통화를 시도하도록 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은 “제주 2867명, 울산 777명의 선거인단이 5번에 미달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유권자에게 투표 용지를 배부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결정적 오류”라고 강력 반발했다. 손 후보 캠프는 ‘경선은 예정대로 하되 모바일 투표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 이상 모든 문제가 확실하게 밝혀지고 오류가 수정될 때까지 모바일 투개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비문 후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 당 지도부와 선관위 입장은 “규정이 지켜졌다”고 해명했다. 끝까지 듣기나 5회 발신은 규정대로 이뤄졌고 인천은 실수에 의한 시스템 오류라는 것이다. 당 선관위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당규는 5회 수신이 아니라 5회 발송을 명시하고 있다. 통신사에 알아보니 5회 모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유는 통화권역 이탈 등 매우 다양하다. 이를 모두 고려해 받을 때까지 전화할 순 없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처음부터 규정을 알고 있었던 만큼 투개표 중단이나 투표방식 변화는 없다는 게 당 선관위의 입장이다.

 

특정인에 유리 vs 합의로 만든 것

모바일 투표의 전면 도입 자체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고 당 지도부가 문 후보를 지원한다는 주장이다. ‘친노 패권주의’ 이야기도 나온다. 선거인단 관리업체(P&C) 대표가 문재인 후보의 특보 동생이어서 공정관리가 의심된다는 말도 있다. 손학규 후보 측이 지난달 27일 그런 의혹을 내놨다. ‘투표 독려 내용을 담은 문 후보 캠프의 내부 e-메일을 입수했다. 이해찬 당 대표 등이 수신자에 포함돼 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 일부 인사가 문 후보의 선거 운동을 사실상 지원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정세균 후보는 “모바일 투표를 보완하기 위해 국민배심원제 같은 민심 반영 방안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국민배심원제는 후보의 자질을 평가할 별도 배심원단을 구성해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당 지도부는 펄쩍 뛰었다. 대선경선준비기획단을 이끈 추미애 최고위원은 “국민경선 경험이 있는 인사, 중립적 인사들이 경선규칙안을 마련했다. 이후 당무회의 심사를 거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당 선관위는 P&C의 투표자료 검증을 개인정보보호법의 범위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업체 대표가 문 후보 측이란 주장엔 ‘특보가 된 것은 업체 선정 이후’로 공정성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선관리 부실 주장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판세가 불리해지니) 어딘가 화풀이 대상을 찾느라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세력 동원 vs 자발적 참여

‘모바일 세력 동원설’도 있다. 역시 주로 문재인 후보를 향한 공격이다. 제주 첫 경선에서 문 후보가 59.8%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에 오르고 이후 연승 행진을 하자 나온 것이다. 손학규 후보는 “정체 모를 무더기 모바일 세력의 작전 속에 민심과 당심은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후보도 “모바일 경선에서 자발적 참여가 아주 적다는 점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6일 광주·전남 연설에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모바일 투표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지금은 이길 수 없으니 음모다 조직이다 하며 판을 흔든다. 열심히 참여해 주신 국민이 ‘정체 모를 모바일 세력’이 됐다. 경선을 흠집 내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결단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조직적 동원 여부를 떠나 모발심(모바일 민심)이 당심(黨心)을 눌렀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경선 규칙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연승 행진이지만 대표적 당심인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한 곳은 울산과 충북, 부산 3곳뿐이다. 그래도 대의원 표는 지역별로 수백 표 수준이어서 판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이번 민주당처럼 제한 없이 개방형으로 할 경우 당원과 대의원의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홍상지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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