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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후보군 등장 무대 예측 가능한 정치 펼쳐

중앙선데이 2012.09.09 02:20 287호 2면 지면보기
미국 정치에서 전당대회는 화합의 축제다.물론 축제의 주인공은 공화ㆍ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다. 하지만 4년 후를 노리는 차기 후보군도 같은 행사장에서 유권자에게 선뵌다.꿈이 큰 정치 신인에게 전당대회는 도약대이자 기회의 창이다. 그런가 하면 전직 대통령과 과거 대선 후보도 총출동한다. 그래서 미국 전당대회는 과거와 현재, 또 미래가 공존하는 하나의 커다란 축제가 된다. 지난 4~6일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지난달 27~30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현재·미래 공존하는 미국 전당대회

X세대 대표주자 vs 히스패닉 오바마
공화당에선 폴 라이언(42) 부통령 후보, 민주당에선 훌리안 카스트로(37) 샌안토니오 시장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샛별처럼 떠올랐다.테런스 번스 미 연설 전문가는 e-메일 인터뷰에서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데뷔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라이언 후보의 연설은 유머 감각이 없고 딱딱한 인상을 줬고 카스트로 시장의 연설은 쇼맨십을 너무 발휘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게 아쉬웠다”고 지적했다.부통령 후보로 깜짝 발탁된 라이언 하원의원은 지난달 29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보수의 젊은 피’ 이미지를 굳혔다. 게다가 롬니가 갖지 못한 젊음과 패기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은 그는 ‘오바마 저격수’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청중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인 라이언은 사생활에선 록 음악의 한 장르인 그런지를 즐겨 듣는다. 유산소 근력 운동의 일종인 ‘P40X’란 이름의 피트니스 프로그램의 열렬한 신봉자
다. 자연스레 마초 분위기의 ‘몸짱 정치인’이 됐다. 미국 연예 매체들은 수영복 차림의라이언 사진을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성향의 라이언 후보를 두고
“X세대가 배출한 첫 대권후보”란 평을 내놓았다.이에 비해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은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 텍사스주 상원의원 후보인 쌍둥이 동생 호아킨과 함께 일찌감치정계에 입문했다. 지난해 10월 방한해 중앙SUNDAY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 시절 내 기숙사 방을 선거사무소 삼아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리틀 오바마’ ‘히스패닉 오바마’란 별명을 가진 그는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카스트로는 히스패닉계로선 최초로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자로 지목됐다. 그는 연설에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가 되려면 기회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롬니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인 더 힐은 카스트로 시장에 대해 “이번 전당대회의승자”로 평가하면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그의 주가는 치솟았다. 이제 전국 무대에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는 걸 보여줬다”고 후한점수를 줬다.

차기 주자 후보군이 일찌감치 등장하는 미국 전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년 전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그보다 4년 전인 2004년 7월 24일 미 매사추세츠 보스턴 플릿센터
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에서 이름을알렸다. 오바마 당시 일리노이주 의원은 기조연설자였다. 당시만 해도 전국 정치 무대에선 존재감이 없었던 오바마는 이날 연설로 전미국에 이름을 알렸다. 3년 후인 2007년, 오바마는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더 멀리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1858년 6월 16일 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주의회 의사당에선 공화당 일리노이주 대의원 1000여 명이 모여 주(州) 전당대회를 열었다. 주 상원의원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링컨은 당시 전국적 지명도
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날 전당대회 연설로 그는 전국적 스타로 부상했다. “둘로 갈라진 집은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국민의) 절반은 노예이고 절반은 자유인인 상태로 이 정부가영구 존속할 수는 없다”며 노예해방을 역설했다.

이날 연설은 라이벌 후보였던 민주당 스티븐 더글러스와의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링컨의 이름은 일리노이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3년5개월 후, 링컨은 미국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이런 과정을 통해 차기 주자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은 수년간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검증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2016년 대선 선거전은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 도시인) 샬럿에서 이미 시작됐다”며 “차기 후보들이 전당 대회를 발판 삼아 물밑에서 보이지 않는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 시대 대표하는 정치인들 총출동
전당대회에 현재미래 주자만 등장하는 게아니다. 각 시대를 대표한 과거 정치인도 총출동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엔 과거 간판이었던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 빌 클린턴전 대통령,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차례로 등장했다. 지지자들은 향수에 빠져 들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 계승자라는 사실을 지지자들에게 각인시켰다.전당대회는 2009년 작고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에 대한 7분짜리 추모 영상으로 시작했다.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이다. 영상에선케네디 전 상원의원이 1994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밋 롬니 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낙태와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왔다.

5일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48분간의 연설로 전당대회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무대 위에 깜짝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90도로 인사했다.
그런 뒤 차기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존 케리 상원의원이 등장했다. 케리 의원은 ‘4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는 공화당의 공격에 대해 “죽은 빈 라덴에게 4년 전이 좋은지 지금이 좋은지 물어보라”고 반박하며 오바마 정부의 외교 성과를 부각시켰다.

지난달 27~30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과거 정치인이 대거 등장했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이 연사로 나섰다. 30
일 전당대회 마지막 날 롬니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전엔 1980년대 미국 번영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업적을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4년 전 롬니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매케인 의원은 29일 연사로 나서 “지난 4년간 미국은 세계의 지도자라는 자리에서 멀어졌다”며 공화당 지지를 호소했다. 매케인의 뒤를 이어받은 콘돌리자 라이스는 “미국이 뒤에 처져 있으면 세계를 이끌수 없다”며 오바마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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