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방통위 시계는 거꾸로 도나

중앙선데이 2012.09.09 01:50 287호 2면 지면보기
요즘 방송시장 안팎에선 “국가 방송정책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느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TV의 24시간 종일 방송을 허용하면서다. 1961년 국내에 TV방송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 방송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돼 방송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송법 개정안도 논란거리다. 케이블TV의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법대로라면 특정 그룹에 혜택이 집중돼 ‘CJ 공룡법’으로 불릴 정도다. 정권 말기에 명확한 방송정책의 로드맵 없이 주요 메이저 방송사의 숙원사업만 해결해 주는 ‘당근정책’을 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KBS·MBC·SBS 지상파TV 3사의 독과점 현상은 지금도 심각한 실정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하루 19시간 방송을 해온 현실에서, 지난해 이들 3사의 시청 점유율은 74%에 달했다. 심야 방송까지 하면 시청률 독식을 바탕으로 황금시간대 광고 끼워팔기 등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지상파 TV는 이명박 정부 들어 미디어렙 허용이나 가상·간접광고 등 관련 규제가 대부분 풀린 데 이어 종일 방송까지 허용되면 무소불위의 절대강자가 될 것이다. 다양한 콘텐트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려던 나머지 채널사업자(PP)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매체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던 방통위의 기존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

방송시장의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른 방송법 개정안은 CJ 특혜 시비에 휩싸여 있다. 국내 최대 PP인 CJ E&M과 3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꼽히는 CJ헬로비전이 모두 CJ 계열사다. 이 개정안에는 전체 유선방송 시장에서 PP 한 곳의 매출 비중을 현행 33%에서 49%까지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다 SO가 전체 유선방송 가입자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 역시 위성방송·인터넷TV(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3%로 완화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이런 정책들은 방송시장 공룡들의 몸집만 불려줘 결국 군소 PP를 고사(枯死)시키는 처사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12월 대선을 의식해 메이저 방송사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재벌 해체론까지 거론하며 열을 올리는 ‘경제민주화’ 구호가 방송시장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방통위는 특혜 시비가 있는 정책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추진하면 안 된다. 지상파TV의 종일 방송을 재고하고 특정 기업에 유리한 방송법 개정안을 폐기해야 마땅하다. 지상파TV에 종일 방송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공공성의 강화와 프로그램의 질 향상이다. 방송시장을 ‘정글의 법칙’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