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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바삭하고,속은 촉촉하고,입은 즐거워라

중앙선데이 2012.09.08 21:58 287호 22면 지면보기
1 기교 없이 원재료의 맛에 충실한 스테이크와 함께 곁들인 음식들.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음식 중 하나가 비프 스테이크다. 나도 마찬가지였다.언젠가 미국 출장길에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그런데 달랑 고기만 나왔다. 소스를 달라고 했더니 일단 맛을 보라는 것이었다. 먹어보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때 가져다주겠단다.하도 자신 있게 얘기하길래 일단 한 점을 잘라 먹어보았다. 그랬더니, 와우! 부드러운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차면서 고기의 풍미가 퍼지는 것이 참 대단했다. 고기 본래의 맛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소스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가 찾게 된 곳이 ‘구 스테이크’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2> ‘구 스테이크’


‘구 스테이크’는 정통 스테이크 전문 식당이다. 2009년 문을 열었으니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유명해지게 된 것은 품질 좋은 스테이크에 대한 고집과 노력 때문이었다. 스테이크의 맛은 고기, 숙성, 굽는 기술 이렇게 세 박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것을 모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김현석(47) 대표는 말한다.

2 ‘구 스테이크’ 내부 사진 3 스테이크를 구울 때면 제대로 구워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셰프가 침으로 찌른 다음 그 온도로 확인한다.
‘구’에서는 미국산 프라임(Prime)급 쇠고기를 쓴다. 프라임급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 중 품질이 상위 1.5%에 해당한다. 22개월 미만의 어린 소만 사용한다. 미국에서도 고급 호텔이나 최고급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만 쓴다. 처음 시작할 때 여러 종류의 고기를 다 시험해 봤는데 스테이크에는 역시 미국산 쇠고기가 가장 잘 맞아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반드시 제대로 숙성시켜야 좋은 맛이 난다. 육질이 더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구’에서는 자체 숙성고를 갖추고 4주 동안 저온에서 숙성을 한다.

굽는 기술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모두 연구한 뒤 장점들만 따서 자신들만의 고유 기법을 개발했다. 관건은 겉은 바삭바삭하면서도 안은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도록 굽는 것.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셰프와 함께 몇 개월 동안 거의 매일 1~2㎏의 고기를 먹어야 했다.
‘구 스테이크’가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으로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스테이크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드라이 에이징이란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한 상태에서 숙성하는 것이다. 드라이 에이징을 하게 되면 공기 중으로 고기의 수분이 증발돼서 마른다. 그래서 사용 가능한 고기 부분이 많이 줄어들어 원가가 올라가지만 그만큼 고기의 맛이 더 농축된 깊은 맛이 난다.

4 ‘구 스테이크’ 이태원점. ‘구’는 한문으로 입 구(口)자를 의미하고 733이라는 숫자는 주소다.
최근에야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이 많지만 ‘구’에서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많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경험했던 그 고급스러운 깊은 맛을 못 잊어서 국내에 선보이기로 마음먹었는데 배울 만한 곳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몇 개월 동안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버린 고기도 엄청났다”고 말한다.

좋은 스테이크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고집 뒤에는 강한 자존심과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가 있다. 프로야구 구단까지 가지고 있었던 준재벌 가문의 큰아들,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한 건축가, 야심만만한 사업가의 자리를 거쳐 도착한 곳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 따른 빚더미와 절망스러운 미래였다. 최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한없이 방황하다가 다시 일어서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구 스테이크’였다. 한번 바닥에서 절망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되는 법이다. 김 대표는 그런 신념과 자존심으로 다시 일어섰다.

김 대표의 목표는 ‘구 스테이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본고장인 뉴욕 맨해튼을 공략할 계획도 이미 세워놓았다고 했다. ‘구’라는 이름은 한문의 입 구(口)자를 따온 것이다. 입을 즐겁게 하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구 스테이크’가 세계인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구 스테이크 구 스테이크 528(1호점):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8-3 (02-511-0917), 구 스테이크 733(2호점):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3-70 (02-794-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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