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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마트만 누른다고 재래시장 살까?

중앙일보 2012.09.08 00:38 종합 37면 지면보기
유경원
서울대 사회과학부 1학년
삼성과 애플 사이의 재판을 지켜본 일부 사람은 애플이 아이폰을 발전시키는 데 기술적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경쟁사를 특허권으로 압박한다고 비판한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된 기업은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없으며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위기일수록 기술을 발전시켜야 된다는 지적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을 기업형 수퍼마켓(SSM)과 재래시장 사이의 문제에 적용할 수 없는 걸까. 얼마 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형 수퍼마켓의 격주 의무휴업 또는 심야영업 금지와 같은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기업형 수퍼마켓들이 담배·콩나물과 소주를 포함한 일부 주류, 그리고 식료품·생필품의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서울시민은 콩나물국 한 번 끓여먹기 위해 장을 최소 두 번은 봐야 할 판이다.



 삼성과 애플과의 분쟁에 관한 앞선 지적처럼 상대를 끌어내리는 애플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 대형 수퍼마켓을 끌어내리는 현재의 규제 수단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권을 놓고 과거에 얽매여 싸우는 대신 첨단 제품을 위해 연구에 몰입하는 미래 지향적인 경쟁을 한다면 스마트폰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며, 소비자들도 행복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가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형 수퍼마켓들을 시공간적으로 무작정 규제하는 대신 재래시장의 발전을 지원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기업형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이 마치 삼성과 애플과 같은, 각기 독특한 맛을 내는 산업체가 되도록.



 아무리 대형 수퍼마켓을 규제해도 재래시장 자체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상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재래시장은 주차도 힘들고 짐을 끌 수 있는 카트도 없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가족들이 먹을 장거리를 주부 혼자 보기란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SSM의 영업시간 규제에도 상당수 사람이 여전히 재래시장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터에 배달회사를 연계해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 소비자도 부담 없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달 시스템을 가동하든지, 재래시장 주변에 주차 공간을 확보해주든지 하는 정책이 더욱 생산적이며 근본적인 대책이다. 생산적인 정책은 효과가 표면 위로 떠오르는 데 오래 걸린다. 애플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삼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지방정부는 재래시장의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효과만을 기대한, 유치하고 비생산적인 정책을 일삼지 말아야 한다.



유경원 서울대 사회과학부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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