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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임대희] 북경의 공항

중앙일보 2012.09.06 10:05
중국사람들은 의전을 무척 중시여기는 셈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그러한 예우(禮遇)를 보면서 평가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경우는 인간이면 누구나가 경험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모처럼의 기회를 잘 활용하려면 이러한 배려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최근에 한국에서 열린 국제회의가 많았는데 정부측에서 이러한 기회를 비교적 잘 활용하였던 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중국측에서는 애초에 이대통령이 혹시 친미 일변도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점은 꽤나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상당한 기간동안 그 사실 여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의해 오곤 했었다. 그런데 중국측의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에 성남공항을 이용하도록 하면서 그러한 회의가 약간 가시기 시작했었다. 중국측에서도 성남공항이 군사공항이며 한국대통령과 미국대통령만이 사용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수뇌에게는 김포공항을 사용하게 할 뿐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 이후에 G20을 통해서 한국이 미국의 입장만을 지켜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입장도 무척 배려하고 있다고 확실히 신임하게 되었다. 이 G20라는 국제회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위상을 매우 높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는 세계가 한국을 믿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열렸던 핵(核)정상회의는 그러한 수준을 거듭 확인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였던 셈이다.



서울에 3군데 공항이 있듯이 북경에도 3군데의 공항이 있다. 보통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은 수도국제공항이다. 거의 2분만에 한 대가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로 이곳의 항공사정은 매우 분잡한 셈이다. 따라서 항공협정을 할 때에 북경노선은 가급적 늘려주지 않으려는 중국측의 변명이 항상 이착륙의 시간간격이 짧아서 끼워넣을 틈이 없다는 점이다. 시설은 국제공항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듬어져 있다. 시내까지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지만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남쪽에 공군비행장이 있는데, 이곳은 민간항공기도 이용하고 있어서 남원(南苑)공항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 시내에서 가까워서 편리하지만 아직 시설등이 충분히 정비되지 못 하였으므로 국내선 위주로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착륙등의 안배에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붐비지는 않는 셈이다. 서쪽에 군사공항인 서원(西苑)공항이 있는데 이곳은 정부의 수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필자는 한국 정부에서 항공협정등을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는지 찾느라고 한참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항공이라던가 교통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부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국토해양부에서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4대강 사업이나 주택정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알았지만 항공분야도 여기에서 담당한다는 점은 매우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서는 “인천국제공항 2단계 건설”이나 “인천공항 연계교통망 구축”등과 같이 건설과 관련된 업무를 위주로 담당하고 있었다.



보통은 항공협정은 교통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협의하여서 결정한다. 그 사이에는 각국의 항공사끼리의 손익분기선도 있으므로, 쉽게 결론을 보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런데 일본이 먼저 김포공항과 하네다(羽田)공항을 연결하는 셔틀항공편을 개설하자고 해서 시내에 들어가는 교통편을 단축시키는 점에서 편리하게 되었다. 이를 보고 있던 중국측은 정상회담에서 같은 논리를 내세우면서 북경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연결하는 항공노선을 열자고 했다. 교통관련부서가 독립해 있었다면 이러한 경우에 김포공항과 남원(南苑)공항으로 셔틀항공편을띄우자는 대안을 냈을 것이다.



지금처럼 김포공항과 수도국제공항을 연결할 경우에 한국측에서 증편을 요구해도 이착륙시각에 남은 여유시간이 없어서 증편이 어렵다는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고, 이원(以遠)항공편을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중국측에서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국측에 불편한 상황이 파생된 것이므로 이를 잘 설명하고 지금이라도 남원(南苑)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한 당장에는 남원(南苑)공항이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한 점을 2년내지 3년 정도 우리들이 양해한다면 중국측이 새로운 설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체면을 중시여기지만 중국사람들은 더욱 더 체면을 중시여기고 있으므로 국제공항이 되는 남원(南苑)공항을 언제까지나 허술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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