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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김종인 또 경제민주화 충돌

중앙일보 2012.09.06 01:04 종합 12면 지면보기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100%국민행복 실천본부 ‘총선공약법안실천 국민보고’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이한구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빈 기자]


경제민주화와 성장. 두 개의 거대 경제담론이 새누리당에서 다시 충돌하는 모습이다. 성장론자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당정 회의에서 “정치판에선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다. 그는 “정부가 복지만 갖고 뭘 하려 하지 말고 일하는 사람들한테 용기를 계속 불어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만들기에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체불명이다 vs 상식 밖 발언



 경제민주화론의 대부 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선 후보가 출마선언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분명한 의지를 밝혔고, 헌법 119조 2항과 당 정강·정책에도 나와있는데 여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정체불명’이란 말은 쓴 건 상식 밖의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단 확정이 되면 심층적으로 연구해 자기 의사를 표시해야지 무조건 정체불명이라고 하면 ‘나는 관심 없다’는 얘기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모든 것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얘기한다는 것은 정서상에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했다. 또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80% 가까이 되는데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원내대표가 그런 말을 하면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절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초에도 “이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재벌기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 이해를 많이 대변한다”(김종인) “김 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뭔지 잘 모르겠다”(이한구)며 맞붙은 적이 있다. 그 뒤 대선 경선 국면이 진행돼 잠잠해졌다가 정기국회가 개막되면서 양측의 대결이 재점화한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유학했고 김 위원장은 독일에서 공부했다. 둘의 경제관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래서 둘의 대립을 미국식 자유시장주의와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사이의 이론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이날 당사에서 열린 ‘총선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 행사장에서 나란히 앉았는데 서로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결국 박근혜 후보가 중재에 나섰다. 박 후보는 지방언론 오찬 간담회에서 이번 논쟁에 대해 “저는 두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눠서 두 분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고, 이 원내대표도 절대 재벌을 감싸는 게 아니고 시장공정 차원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을 근절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경제주체를 편 갈라서 분열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모두가 같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경제구조가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민주화 논쟁이) 열정이지만 너무 혼란스럽게 비춰지면 안 된다. 대선을 앞두고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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