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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음란물 통한 잘못된 성지식이 강간과 섹스를 혼동하게 만든다

중앙일보 2012.09.06 00:48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다’. 미국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 안드레아 드워킨의 말이다. 그만큼 음란물과 성폭력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한다.



 2004년 전국을 발칵 뒤집었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 남자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을 1년 동안이나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 그 당시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촛불 들고 나와 성폭력 없는 세상을 외쳤고, 신문이며 잡지가 온통 그 사건으로 도배됐었으며, 정부는 그때도 성폭력과의 전쟁 운운했었다.



 지금은 웹진으로 바뀐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도 잡지 한 권 모든 면에 ‘음란물과 성폭력’을 주제로 다뤘었다.



 그때 많은 걸 알았다. 음란물이 남학생들의 성적 호기심과 그들 또래집단의 연대감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였다는 것, 음란물을 통해 처음으로 성교육을 받는다는 것, 여성을 ‘성적 실습도구’로 본다는 것, 잘못된 성지식으로 강간과 섹스를 혼동한다는 것 등등.



 화를 내고 거부를 하다가도 삽입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환희에 찬 얼굴 표정과 황홀해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음란물 속 여배우들. 가해 학생 중 누구는 ‘포르노에선 억지로 해도 여자들이 금방 좋아하기에 전 좋다는 줄 알았어요’ 하더라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요사이 2~3년 동안 아동 성범죄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 앞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안방에서. 끔찍하다.



 김점덕, 조두순, 김길태, 고종석까지. 이들 모두 범행 전 수십 편의 아동 음란물을 봤다고 하는데. 뒤늦게 음란물과 성폭력의 연관성을 숙지한 정부가 특별히 ‘아동 포르노 전담 컨트롤 타워’까지 설치하고 아동 음란물의 제작, 유입, 유통 전반에 대하여 근본적인 차단을 하겠다고 한다.



 성범죄를 막는 특별한 ‘비법’? 없다.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감시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미국 LA 지방검찰청 검사 박향헌의 말대로, 형량도 대폭 늘리고 형량이 끝났어도 보호관찰 등을 통해 평생 격리·감시하고 범죄의 싹을 틔운 음란물을 차단시키는 등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자. 이왕 손보는 김에 아동 대상 음란물뿐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음란물을 대대적으로 검토하자.



 음란물을 통해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습득하게 되면, 성폭력에 대한 죄의식조차 없다는데. ‘그 여자도 즐겼을걸’ 하고 착각한다는 거다. 그런 착각이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온 주부를, 술집 여주인을, 그 대상으로 만드는 거다.



 밤을 새워 음란물을 보고, 음란물을 통해 배운 이론을 한번 실천해보기 위해, 우리 주위를 기웃거리며 그 대상을 찾아 헤매는 짐승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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