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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IT 가진 한국, 문화간 대화에 핵심 역할 기대

중앙일보 2012.09.06 00:24 종합 27면 지면보기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30여년 간 연구해온 도미니크 볼통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산하 소통과학연구소장. [신인섭 기자]
소통·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권위자로 통하는 도미니크 볼통(6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산하 소통과학연구소장이 4일 방한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최정화)이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여는 ‘문화소통포럼 CCF2012’에 참여해 ‘문화의 세계화: 한국의 역할?’이란 기조연설을 한다.


방한한 ‘소통 전문가’ 도미니크 볼통 소장

 그의 책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살림)가 지난해 4월 번역된 이후 세 번째 방한이다. ‘소통 전문가’답게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번 방문에 맞춰 낸 『또 다른 세계화』(살림)에선 한국에 관한 별도의 장을 마련했다. “20세기의 과제가 정보의 자유화였다면, 21세기엔 문화와 소통과 정보가 키워드가 되는 시대”라고 말하는 그를 5일 만났다.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의 화두 중 하나도 소통이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의 정치인 모두 소통을 강조하지만 진정한 소통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모든 미디어를 동원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대중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랑스도 그랬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해도 대중은 믿지 않았다. 사르코지가 싫어서 사회당을 선택했을 뿐이지 사회당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다. 급속도로 빨라진 정보 유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통 지체 문제는 21세기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요인으로 ‘역사갈등’이 있다. 친일파 청산 문제, 산업화 발전 과정에 대한 시각 차이 등이다.



 “모든 국가엔 역사갈등이 있다. 프랑스에는 ‘서랍 안에 시체를 가지고 있다’는 격언이 있다. 역사갈등이 있지만 그것을 꺼내어서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경우 과거 강대국일 때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잘 언급하지 않는다. 인종차별도 심각하다. 이민 2, 3세들의 불평등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 영국·독일 등 주변국과의 역사갈등도 복잡하다.”



 -역사갈등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해법이란 뜻인가.



 “문제를 숨긴다고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문화다원주의와 정보자유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보 세계화에도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화를 만날 때다. 충돌을 줄이려면 각국의 서랍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알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프랑스가 독일, 또는 다른 유럽 국가와 협력을 할 때 이들 중 이득을 보는 국가가 어디인가를 생각해보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볼통은 『또 다른 세계화』에서 ‘문화 세계화’를 주장한다. 다른 문화를 제대로 깊이 이해하는 게 정보량의 증가 속도 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되었다는 진단이고, 이를 문화의 세계화라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갈등을 알고 있나.



 “최근의 독도 영토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유럽인은 대개 한국과 일본의 식민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두 나라의 역사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역사와 문화가 차지하는 위치가 그래서 중요하다. 정보의 사람이 되기 이전에 문화의 사람이 돼야 한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유토피아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간 이해가 핵심이란 의미인가.



 “소통은 협상이다, 다른 문화와 협상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톨레랑스(tol<00E9>rance), 즉 관용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20세기에 우리는 정보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였는데, 21세기에는 정보와 문화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졌다. 다른 문화를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는 끝으로 “한국이 산업적으로 발달했고 풍부한 문화도 가진 경제강국인데, 세계가 한국문화의 중요성을 왜 모를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이 앞으로는 정치·산업 발전과 함께 문화·소통의 발전도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신간 『또 다른 세계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 같이 말했다.



 “IT기술과 사이버 최강국이자 한류 같은 창조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문화간 대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미국문화와 다른 문화적 가치를 소개해 아시아·이슬람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한류는 문화들의 공존을 사고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도미니크 볼통(Dominique Wolton)=1947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카메룬 출생. 파리정치대학에서 법학과 사회학(박사)을 전공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리서치 디렉터이자 CNRS 산하 소통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또 다른 세계화』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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