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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의 꿈, 영광의 주전

중앙일보 2012.09.06 00:19 종합 28면 지면보기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영광이 아빠의 책임감으로 ‘넘버1’ 골키퍼를 꿈꾼다. 그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해 지난해 9월 첫 딸을 안은 그 손으로 골문을 굳게 지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중앙포토]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김영광(29·울산)은 지독한 ‘딸바보’다. 카카오톡 대화명에는 ‘울 마누라, 울 가율이 너무 사랑한다’라고 써 있다. 대표팀에 소집되기 전인 지난 2일에는 울산 집에 머물며 하루 종일 딸과 놀아줬다. 딸을 바라보던 아빠 김영광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더 멋진,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축구대표팀 ‘딸바보’ 골키퍼



 김영광은 지난해 아빠가 됐다. 2007년 아내 김은지(26)씨를 만나 2010년 12월에 결혼했고 이듬해 9월 19일 딸 가율이를 얻었다. 그러면서 김영광은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 가율이가 태어났다. 딸이 태어난 날짜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다면 그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은 9월 11일. 딸의 돌잔치를 8일 앞둔 때다.



김영광과 19일 돌을 맞는 딸 가율이.
 딸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넘버2’ 골키퍼다. 소속팀 울산에서는 부동의 주전이지만 대표팀에선 정성룡(27·수원)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성룡은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사상 첫 동메달의 주역이 돼 한껏 주가가 높아졌다. 질투가 날 법도 하지만 김영광은 “(정)성룡의 활약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때는 축구팬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성룡이는 ‘한국 골키퍼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줬다”며 경쟁자를 치켜세웠다.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지기 싫은 건 프로의 본능이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한 이후로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최 감독은 “지난해 K-리그 활약만 놓고 본다면 김영광이 정성룡보다 나았다”며 김영광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2004년 대표팀에 데뷔해 총 16경기를 뛴 김영광은 최 감독 부임 후 치른 6경기 중 2경기(2월 25일 우즈베키스탄, 8월 15일 잠비아 평가전)에 나섰다. 정작 중요한 월드컵 예선에서는 어김없이 정성룡이 골문을 지켰지만 조광래 전 감독 체제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김영광은 “감독님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실망시키지 않는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넘버2’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국제대회 경험과 안정감에서 정성룡이 앞서지만 그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런던 올림픽 영국전에서 왼 어깨 부상을 당한 정성룡은 8월 11일 일본과의 3, 4위전을 치른 후 쭉 휴식을 취해왔다. 그 사이 김영광은 꾸준히 리그 경기에 나섰다. 김영광은 “현재로선 (정)성룡이가 주전이다. 하지만 성룡이의 컨디션이 100%가 아닌 만큼 준비하는 자세로 기다리겠다”고 했다. “경기 감각 면에서 내가 조금 더 낫지 않을까”라며 슬며시 욕심도 부렸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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