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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의 귀환

중앙일보 2012.09.05 00:56 경제 1면 지면보기


회사원 김지현(29·양천구 신정동)씨는 최근 연 4.5%를 주는 시중은행의 한 적금에 가입해 월 30만원씩 붓는다. 15개월 된 적립식 펀드를 깨고 선택했다. 국내 우량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 4.41%였다. 김씨는 “다른 적립식 펀드로 갈아타려고 했지만 은행직원도 앞으로 3년은 답이 없다고 하더라”며 “돈을 불리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적금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올 들어 3조5000억 유입, 작년 말보다 10% 급증



 적립식 예금(적금)이 귀환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 등)의 적금 잔액은 총 37조70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34조2676억원)에 비해 1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적립식 펀드 잔액은 27조8365억원에서 27조6154억원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시중은행의 한 상품본부장은 “총수신이나 정기예금이 지난해 경제성장률(3.6%)보다 밑도는 수준으로 증가한 데 비해 적금이 1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은행들도 적금 판촉에 힘을 모으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적금 특판’은 각각 판매 3일과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이 상품들은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면 최고 연 5% 이상의 금리를 준다. 이달 들어서도 4개 은행이 적금 상품을 새로 내놓았다. 저축은행들도 가세하고 있다. 신라·아주저축은행은 최근 최고 5.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정기적금 상품을 내놨다. 아주저축은행 관계자는 “고액 투자자들이 아니라 일반 고객들의 재테크를 돕기 위한 상품”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적은 돈으로 돈을 굴리기에는 5% 금리 적금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적금의 인기는 상대적 고금리 덕분이다. 마땅히 돈 굴릴 데가 없는 은행들은 당장에 목돈이 몰리는 예금보다는 적금에 더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정기적금(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64%로 정기예금 금리(3.42%)보다 0.22%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정기적금 금리가 예금보다 0.03% 낮았다. 황소영 신한은행 미래채널본부 차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적금형 맞춤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도 큰 이유다. 과거 적금은 적립식 펀드에 비해 인기가 크게 뒤떨어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적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공성율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적립식 펀드는 경기가 한 사이클을 돌아야 하는 상품”이라며 “3년 이내에 사용할 자금을 굴리기에는 적금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분석 결과 적립식 펀드의 최근 1~3년 평균 누적수익률은 국내 주식형의 경우 1%를 넘지 못했다.



 적금의 귀환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재테크 빙하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재혁 외환은행 WM센터 팀장은 “부자는 목돈을 원금보장 예금 상품에 넣고 젊은 층과 서민은 적금으로 종잣돈을 모으는 안전투자가 정석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고객들이 자산을 불리기보다 지키는 걸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적금의 귀환’은 ‘투자의 시대’가 저물고 ‘가진 돈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관리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미·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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