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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서열 깨는 지역대의 유쾌한 반란

중앙일보 2012.09.05 00:01 종합 34면 지면보기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대학 평가를 해온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대학·학과를 고르는 일이야말로 일생 일대의 중요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이 넘고, 요즘 대학생들의 재학 기간이 6년을 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대학·학과 선택은 미래에 대한 값비싼 투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대학 소재지가 수도권이어서, 또는 남들이 선호하는 명문대라는 허명(虛名)만을 좇아 대학·학과를 선택할 일은 아니다. 교양·전공 교육은 내실 있게 하는지, 취업에 신경을 쓰는지, 학과의 미래 전망은 좋은지 교육 소비자들은 이제 대학·학과를 까다롭게 고르고, 따져야 한다.



 본지가 엊그제부터 이틀 연속 발표한 인문·사회, 이공계 분야 학과 평가 결과는 단지 지방에 있다는 한계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진주’ 같은 학과들이 어디인지 보여줬다. 학부와 대학원까지 장학금을 받고 다니며, 취업까지 보장해주는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영화의 도시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된 부산에서 영화 제작에 필요한 번역·자막을 제작하는 부산대 영문학과, 교수들의 연구 수준이 수도권 지역 대학들을 앞서는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등은 그 사례다. 선입견 속에 고착화된 대학 서열을 깨는 유쾌한 반란이라 할 만하다.



 이번 평가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학과들은 지방에 있다는 한계를 딛기 위해 수도권 지역 대학들이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부산 동서대 환경공학과의 높은 취업률은 교수 한 명이 5개 지역 기업을 맡아 자문을 하는 대신 일자리가 생기면 학생을 추천한 덕분이었다. 요즘 학생들의 고민이 취업인데 교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오겠느냐는 학과들의 얘기는 열악한 취업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지역 대학들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이 대학에 가는 2024학년도엔 고교 졸업생 수가 현재보다 39% 줄어든다. 대학들의 재정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되는 대학·학과들은 백화점식 교육에서 탈피해 다른 어떤 곳에 없고 바로 이곳에서만 제공한다는 특성화·전문화 교육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지역 산업과 연계해 학생들의 취업의 길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학과들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해 우수 인력을 길러내는 길을 걷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철저히 외면할 것이며, 학생들이 떠난 자리에서 지역 산업 또한 활기를 잃을 것이다.



 이제 대학은 자신만의 강점을 찾고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과거 명성, 현재 서열을 의지해서는 얼마 못 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변화의 동력은 바로 교수에게 있다. 교수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부단히 달라지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 지역 대학·학과들의 선전과 분발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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